1년 200일 전쟁터… 멀고 먼 양평의 평화

1982년 용문산에 사격장 429만㎡

미사일 오발 등 끊이지 않는 사고

계엄 이후 국방부 협의채널 두절

‘폐쇄·이전’ 공약에도 반응 미지근

2023년 용문산사격장에서 군부대의 박격포 사격으로 인한 산불이 발생했다. 산 중앙에 박힌 표적지 아래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경인일보DB
2023년 용문산사격장에서 군부대의 박격포 사격으로 인한 산불이 발생했다. 산 중앙에 박힌 표적지 아래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경인일보DB

6·3 지방선거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지역 일꾼을 뽑는 것을 넘어 경기 동북권의 주요 도시로 도약 중인 양평의 미래 향방을 결정지을 분수령이다. 사격장·교통문제 등 지역의 ‘묵은 숙원’을 두차례에 걸쳐 짚어보고, 현장 목소리를 통해 양평군정의 나아갈 바를 살펴본다. → 편집자 주

“쾅! 하는 소리에 가슴이 내려앉는 게 벌써 40년입니다. 국가 안보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 귀를 막고 살아야 합니까?”

양평읍 신애리 주민 김모(78)씨는 용문산 사격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인구 13만을 돌파한 양평이지만, 도심 한복판 포성은 지역의 미래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다.

용문산 사격장은 1982년 양평읍 신애리 일대 약 429만㎡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에서는 육군 제11기동사단 등 인근 부대들이 연간 200일 이상 전차·장갑차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 1년 중 3분의2가 ‘전쟁터’나 다름없는 셈이다.

단순한 소음 피해를 넘어선 ‘생존의 위협’은 마흔해를 넘겼다. 2020년 현궁 대전차 미사일 오발 사고는 주민들의 인내심을 폭발시킨 결정적 계기였다. 당시 미사일은 표적지를 벗어나 민가에서 불과 수십m 떨어진 논에 추락·폭발했다. 한 주민은 “만약 그 미사일이 지붕 위로 떨어졌다면 지금 우리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당시의 공포를 회상했다.

과거에도 포탄이 인근 사찰에 떨어지거나 산불을 내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군(軍)은 그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할 뿐 근본적인 대책인 ‘이전’에는 미온적이었다.

주민들의 끈질긴 투쟁 끝에 2021년 2월, 양평군과 국방부는 ‘용문산 사격장 이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군민들은 40년 숙원이 조만간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이전 논의는 사실상 멈춰섰다.

현재 국방부와의 협의 채널은 사실상 두절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방부 내 주요 인사들이 계엄령 선포 관련 징계 대상에 대거 포함되면서 군 행정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사격장 이전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할 군 수뇌부가 공백 상태에 빠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평 용문산 사격장 폐쇄 범국민 대책위원회’의 발걸음도 무겁다. 범대위 관계자는 “주민들은 40년을 기다렸는데 국방부가 움직이지 않으니 지자체와 범대위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방향성이 나올 때까지 범대위는 끈을 놓지 않고 계속 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범대위는 국방부에 ‘이전 로드맵’ 실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양평군 등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저마다 사격장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사격장 이전·폐쇄’ 공약에 대해 미온적이다. 그간 ‘타당성 검토’와 ‘연구용역’ 발표 시점이 계속 미뤄지며 사고 이후 6년이란 시간 동안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폐쇄 시점과 이전 예정지를 명시한 구체적인 ‘날짜’를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 지역 민심의 요체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는 마비된 국방부의 행정 공백을 뚫고 실효성 있는 ‘이전 확답’을 받아낼 적임자를 찾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