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후 특정종교 적대감 우려

美 LA선 종교적 갈등 확대 경계

최근 이란 초교 170명 폭사 충격

이스라엘, 이방인과 공존 모색할때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미국서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났을 때다. LA지역 초등학교가 공통 숙제를 냈다. A4용지에 빛(색)의 삼원색 그림처럼 동그라미 세 개를 겹쳐 놓았다. 각각 동그라미에 기독교, 유태교, 이슬람교가 적혀 있다. 그 안에 각 종교의 특징을 쓰라는 거다. 겹친 부분에는 두 종교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쓴다. 세 동그라미가 겹치는 중앙에는 세 종교의 공통점을 쓰고. 학교에서는 차이점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 아들로 보느냐, 선지자로 보느냐, 배교자로 보느냐 여부를 들었다. 세 종교의 공통부분은 GOD(하느님)이고. 야훼나 여호와나 알라 모두 하나의 신을 부르는 다른 명칭이라 했다.

테러 이후 특정 종교에 대한 아이들의 적대감을 우려한 듯하다. LA지역은 중동과 기후가 비슷해 유대인과 중동 이민자들이 다수 거주한다. 2026년 기준 유대인 인구가 뉴욕과 뉴저지에 225만영, 캘리포니아에 126만명이다. 테러가 종교적 갈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한 조치이겠다.

때마침 인기리에 방영 중이던 ‘제7의 천국(7th Heaven)’도 내용이 급변했다. 가난하지만 성실한 목사 가정이 드라마 배경이다. 그런데 9·11테러 이후 갑자기 주인공 목사의 아들이 유대교 랍비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 이듬해 시즌 마지막 장면은 목사 아들과 랍비 딸의 결혼식이다. 공동 주례로 나선 랍비는 토라를 낭송하고 목사는 신약성서를 읽는다. 이를 시청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도 친 이스라엘 정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겠다. 유대인 사회도 이점을 노렸을 거다. 그러잖아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테러 현장을 찾아 “미국이 아니라 유대 자본의 심장부를 때린 것”이라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빚은 터였다.

그 연장선에서 2004년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 유대인 사회는 거부감을 보였다. 로마 총독 빌라도가 아니라 유대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박도록 했다는 해석이 재소환될까 두려웠을 지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가톨릭 전통주의자인 제작자 멜 깁슨은 할리우드에서 제작비를 확보하지 못했다. 배우들도 유대인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등의 눈치를 보느라 출연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가 자비를 들여 무명 배우를 쓴 배경이다. 그래도 영화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제작비 3천만달러에 총 수익 6억1200만달러다.

최근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침공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눈은 우려와 참담함이 교차한다. 특히 2월28일 이란 남부 미나브 초등학교 폭격으로 수업 중인 학생과 교사 170여 명이 사망한 것은 충격적이다. 이를 AI의 실수나 오폭 또는 이란의 원천적 잘못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반인간적인 사고 반사회적인 행태가 아닐까. 마치 구약성서의 여리고(예리코)성 함락을 보는 듯 섬찟하다. ‘성안에 있는 남녀노소와 소 양 나귀까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칼로 죽였다(여호수아서 6장21절)’.

리처드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에서 이스라엘 심리학자 조지 타마린의 연구를 소개한다. 그는 8~14세의 이스라엘 아이들에게 예리코 전투장면을 읽어주고 질문했다. “올바른 행동인가.” 대답은 찬성 66%, 일부 찬성 8%, 반대 26%였다. 타마린은 168명의 이스라엘 어린이를 대조집단으로 구성했다. 같은 내용에 예리코가 아닌 3천년 전 중국, 여호수아 대신 ‘린 장군’을 넣었다. 그러자 찬성한 어린이는 7%, 반대가 75%였다. 도킨스는 “유대교라는 요소를 배제하자 이스라엘 어린이도 세계인과 동일한 도덕적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에 땅을, 이스라엘에 평화를”이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반인권적 행태를 지적했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교황도 “전쟁의 광기를 멈춰라”고 했다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받았다. 진영논리는 반지성이다. 맞으면 맞는 거다.

이스라엘은 이방인과 공존의 지혜를 모색할 때다. 예수 그리스도를 부정하니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글쎄다. 그래도 보편적 인권은 인정해야 맞다. 그것이 그들 신의 약속처럼 이스라엘 자손이 번성하는 길 아닐까.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