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재개 주민 의구심 가득… 당장 삽 뜰 확답을 원한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 재진행 중

5년전보다 경제성 하락 등 가능성

중앙 정치권 혼란 가중 공전 우려

2017년 서울~양평 고속도로 개설사업이 국토교통부의 ‘제1차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됐지만 윤석열 정권때 정쟁에 휩싸여 중단됐고, 양평군민들의 피해와 상실감은 커졌다. 사진은 양평군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TG 부근 일대의 모습. /경인일보DB
2017년 서울~양평 고속도로 개설사업이 국토교통부의 ‘제1차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됐지만 윤석열 정권때 정쟁에 휩싸여 중단됐고, 양평군민들의 피해와 상실감은 커졌다. 사진은 양평군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TG 부근 일대의 모습. /경인일보DB

양평군 양서면 양수1리 토박이 농사꾼 이모(60)씨는 주말마다 2㎞ 떨어진 밭에 나가길 포기한다. 내비게이션의 예상 소요시간은 늘 ‘2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도로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최소한의 이동권 문제”라며 “정치인들이 자기들 유리한대로 고속도로 백지화니 재개니 하는 동안 주민들은 길바닥에 시간을 버리고 있다. 이번 선거때 공약에 ‘고속도로’ 글자만 들어가도 쳐다도 안 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평읍 주부 박모(42)씨는 2년 전 첫째 출산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한다. 주말 오후 갑작스러운 산통에 서울의 병원으로 향했지만 국도 6호선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는 “평소 40분이면 갈 거리를 3시간 넘게 도로 위에 갇혀 있었다. 차 안에서 아이가 나올 것 같은 극심한 공포 속에 패닉 상태에 빠졌었다”며 “정치권이 노선 논쟁을 벌이는 사이 누군가는 도로 위에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양평은 주말마다 관광객 등으로 인해 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이 돼버린다. 이를 개선하고자 2017년 서울~양평 고속도로 개설사업이 국토교통부의 ‘제1차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때 정쟁에 휩싸여 중단됐고, 군민들의 피해와 상실감은 커졌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홍익표 정무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2026.3.20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달 20일 홍익표 정무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2026.3.20 /연합뉴스

지난 3월 대통령실이 사업 재개를 지시하며 현재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예비타당성 조사가 재진행 중이다. 하지만 결과가 낙관적이지 않다. 2021년 경제성 분석(B/C)에서 기준치(1.0)에 못 미치는 0.82를 받았고 정책성 평가(AHP)에서 0.508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문턱을 넘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원자재 가격과 지가가 폭등했고, 노선 변경안에 따른 추가 공사비까지 더해져 총사업비가 3년전 예타 당시(1조7천695억원)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에 5년전 아슬아슬한 점수로 통과했던 사업이 이번 재조사에서는 경제성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올 수 있고, 정책성 평가마저 정치적 논리에 휘말린다면 ‘사업폐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민들이 ‘노선싸움은 사치’라고 분노하는 이유다.

고속도로 사업 재개에 대한 주민들의 표정은 기대보다 의구심이 가득하다. 국토부장관의 말 한마디로 7년의 기다림이 백지화되는 과정을 목격했기에, 정치 변화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불안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정치권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고속도로 사업이 또다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거나 실무단계에서 공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깊다.

양평읍 한 주민은 “재개한다는 말만 믿고 기다리기엔 지난 9년의 배신감이 너무 크다. 이제는 서류상의 지시가 아니라 실제 장비가 들어와 땅을 파는 것을 보기 전까진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는 6·3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조기 착공’을 공약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정치적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당장 삽을 뜰 수 있는 확답을 가져오라’고 외친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