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수원시장 A씨 자녀, 국힘 시의회 1번 배정

도당 여성위 소속 기재… 전문 역량 의견분분

민주당 현직 시의원 딸도 ‘부모 지역구’ 경선

“대물림 계속되면 지방자치 취지 퇴색”

수원시의회 신청사 전경. /경인일보DB
수원시의회 신청사 전경. /경인일보DB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원 정치권에서 전직 수원시장과 현직 수원시의회 다선 시의원의 자녀가 각각 국민의힘 비례대표 1번과 더불어민주당 당선권 지역 경선에 나서면서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 정치 기득권의 대물림이 공천으로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30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에서는 전직 수원시장 A씨의 딸 B씨가 수원시의회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의 주요 경력란에는 국민의힘 경기도당 여성위원회 소속이라는 점이 기재돼 있다.

거대 정당의 비례대표 1번은 사실상 당선이 보장되는 자리인 만큼,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인물을 통해 당의 외연을 넓히는 자리다. 그러나 “도당 행사에서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등 B씨가 어떤 전문성과 활동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서는 현직 수원시의회 다선 C시의원의 딸 D씨가 수원시 내 한 선거구에서 ‘나’번 후보 경선에 나섰다. 수원은 민주당 강세지역이라는 점에서 나번도 당선권으로 분류된다. 특히 D씨가 경선에 나선 선거구는 과거 C시의원이 수년 간 다선으로서 의정활동을 펼쳐온 지역과 겹친다는 지적이다.

다만 D씨는 “과거 아버지가 해당 선거구에서 활동한 이력은 있으나 8년 전의 일이고, 아버지의 인지도가 있는 선거구 출마를 권유받기도 했으나 중학생 시절부터 거주해 온 지금의 선거구를 선택했다”면서 “2018년부터 민주당 지역 활동을 이어왔다. (자신의 정치적 과정과 활동이) 아버지의 영향으로만 해석되는 건 유감이다. 아버지의 권유가 아닌, 지역 지인 분들의 지지로 출마를 결심했다. 나번 경선 발표 이후 고민이 많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비례 1번인 B씨도 “아버지의 딸인 것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1991년부터 빠짐없이 여러 선거를 도왔고 당을 위해 노력을 해왔다. 이번엔 경선도 거쳤고 시험도 봤으며 성적이 우수해 공천이 됐다. 요즘 활동하시는 분들은 제가 낯설 수 있다지만 공짜로 공천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모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거나, 부모가 오랜 기간 지지 기반을 쌓아온 자리에 자녀가 그대로 들어서는 방식으로 공천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른바 ‘아빠 찬스’를 통한 기득권 대물림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도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부모가 정치인이라고 해서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정당 활동과 지역사회 검증을 통해 스스로 신뢰를 쌓았어야 했다”며 “그 과정이 없으니 공천 신청한 순간부터 잡음이 나오는 것이고 그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당선될 경우 업무상 직간접적으로 시의원들을 상대해야 하는 공직사회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감지된다. 한 공무원은 “지역 정치인의 자녀에게 정치를 대물림하는 게 과연 이치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20년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아들에게 의정부갑 지역구를 물려주려 한다는 논란이 일자 아들 문석균씨는 당 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정치 대물림’이라는 비판 여론이 중앙 정치를 뒤흔들었으나 지방 정치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양반 제도가 유지되던 조선시대도 아닌데 공천을 통해 권력을 세습하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라며 “지방자치 본래 취지는 지역 주민이 지역 일꾼을 직접 선택하는 것인데 이런 대물림이 반복되면 그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고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유권자 몫으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