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독미군 감축을 공언하고 있다. 미 CBS방송과 로이터통신이 1일(이하 현지 시각) 미 행정부의 주독미군(3만6천여명) 5천명 감축 추진 계획을 보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2일 “5천명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감축 규모를 키웠다. 지난달 27일 메르츠 독일 총리의 “미국은 전략이 없고 이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는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가만있을 트럼프가 아니다. 이틀 뒤 주독미군 감축으로 맞받았다.
트럼프는 1기 집권(2017년 1월~2021년 1월) 때부터 미군 감축 카드로 주둔국의 방위비 분담 인상을 압박했다. 독일을 “방위비 연체국”으로 지목하고 주독미군 1만2천명 감축을 을러댔다. 한국도 ‘안보 무임승차국’ 압박에 밀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유럽도 방위비 예산 인상 요구에 골머리를 앓았다. 보호비를 요구하는 트럼프 때문에 미국은 낯선 나라가 됐다. 동맹의 균열을 걱정한 바이든 정부 때 상·하원이 국방수권법으로 해외 미군 감축을 제한했을 정도였다.
러-우 전쟁에 미온적인 EU(유럽연합)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이란 전에도 거리를 두자 트럼프의 분통이 터졌다. 주독미군 감축뿐 아니라 EU산 자동차 관세 25% 인상 카드도 꺼내 들었다. 유럽도 트럼프의 미국을 달리 대한다. 독일은 미군 감축에 대비한다며 내년 국방예산을 1천58억 유로로 28%나 늘렸다. 핵보유국 프랑스, 영국은 미국 대신 유럽의 핵우산을 자처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주한미군 2만8천500명의 거취가 주목된다. 트럼프는 2기 집권을 전후해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며 천문학적인 방위비 분담 의지를 밝혔다. 이런 마당에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고 한국은 전작권 회수를 서두르고 있다. 독일과 한국은 미군의 전략적 가치가 다르다. 독일은 미군이 빠져도 EU와 NATO라는 집단안보체제가 있다. 반면 한국에게 미군은 북·중·러 동맹에 대응할 유일한 안보동맹의 매듭이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할 인계철선으로 작동해 왔다. 전략적 가치는 북한의 핵무장으로 더욱 강력해졌다. 주한미군은 그 자체로 북한의 핵무기를 억제할 가장 확실한 비대칭전력이다. 트럼프의 주독미군 감축 의지가 심상치 않다.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
/윤인수 주필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