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부터 치아 파괴되는 ‘FORL’
겉에서 볼땐 멀쩡해 보이는 질환
방사선 검사로 정확한 진단 가능
스케일링·검진으로 초기 발견을
앞선 글에서 고양이의 다양한 구강질환을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보호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대표적인 구강질환인 치아 흡수성 병변, 즉 FORL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FORL은 Feline Odontoclastic Resorptive Lesion의 약자로, 고양이의 치아가 내부에서부터 점진적으로 파괴되는 질환을 의미한다. 치아가 겉에서 볼 때는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서히 녹아 사라지는 질병이다. 이 질환은 치아를 잃는 치명적인 질환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중년 이상의 고양이에서 상당히 높은 비율로 발견되며, 나이가 들수록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보호자가 FORL의 발병을 초기에 인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유는 병변이 주로 잇몸 아래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질병이 한참이나 진행되어 치아가 녹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명확한 이상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FORL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치아를 흡수하는 파골세포의 비정상적인 활성, 만성 염증, 면역 반응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치주질환과의 연관성도 제기되지만, 모든 경우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인 분야로 남아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치아의 법랑질과 상아질이 점진적으로 파괴되고, 결국에는 신경이 노출되면서 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문제는 이처럼 통증이 심한 상태에서도 고양이가 이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고양이는 식사를 지속하지만, 이는 배고픔 때문에 참고 먹는 경우일 수 있다. 보호자는 이를 단순히 식욕이 유지된다고 오해하기 쉽다.
물론 주의 깊게 살펴보면 몇 가지 단서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료를 먹다가 갑자기 떨어뜨리거나, 한쪽으로만 씹는 행동, 딱딱한 음식 회피, 입 주변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반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입 냄새가 심해지거나 침이 증가하여 흘리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매우 미묘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관찰만으로는 놓치기 쉽다.
FORL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과 방사선 검사다. 육안으로 확인되는 병변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며, 실제 병변의 상당수는 잇몸 아래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마취하에 정밀한 구강검사와 더불어 치과 방사선 촬영을 시행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이는 보호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과정이다. 치료는 기본적으로 병변이 발생한 치아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미 흡수가 진행된 치아는 원래 상태로 회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초기 병변에서는 보존적 치료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발치가 통증을 제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발치 후에는 통증이 사라지기 때문에 치아가 없다 하더라도 오히려 식사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보호자들이 치아를 제거하면 식사를 못 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치아가 없다면 식사가 힘들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생각이고 걱정거리일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여러 개의 치아를 상실하더라도 비교적 잘 적응하는 동물이다. 특히 통증이 사라지면 식욕과 활동성이 오히려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치아의 개수가 아니라 통증 없이 먹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예방 측면에서는 명확한 방법이 제한적이지만, 정기적인 구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치주질환 관리와 구강 위생 유지가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검진을 통해 병변을 초기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FORL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고양이에게 큰 고통을 주는 질환이다.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과 정기적인 수의학적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통증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 그것이 고양이의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일 것이다.
/송민형 수원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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