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부터 개최된 고양국제꽃박람회는 화훼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전국에서 유일한 박람회이자 지역 축제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꽃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가 매일 펼쳐지는데, 사실 매년 이 같은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1년 전부터 기획을 시작해 꽃을 가꾸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25만㎡ 곳곳에 콘텐츠를 채워나간다. 식물 특성상 꾸준한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 박람회를 개최하려면 1만명이 넘는 인력의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고양국제꽃박람회를 만든 주역들을 차례로 만나 그들에게 이 행사가 갖는 의미와 가치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반려식물 치료’ 식물병원 운영하는 정현덕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팀장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식물병원을 운영하는 정현덕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팀장이 식물병원에서 하는 일을 설명하고 있다. 고양/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식물병원을 운영하는 정현덕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팀장이 식물병원에서 하는 일을 설명하고 있다. 고양/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반려식물이 시름시름 앓는데 이유를 모를 때 많으시죠? 그럴 땐 화분째 들고 오시면 됩니다. 여기는 아픈 식물을 치료하는 식물병원이니까요. 식물이 왜 이상한지 진단하고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혹시 화분을 가지고 오기 힘드시면 사진도 좋습니다. 그에 맞는 처방을 해드려요.”

2026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식물병원 부스를 운영하는 정현덕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팀장은 올해로 29년째 농촌지도직으로 일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평소엔 농업 현장에서 병해충 등 농업인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일을 주로 하다 이번 꽃박람회에선 시민들의 반려식물을 돌보는 식물병원장 역할을 맡았다.

식물병원의 근무자는 정 팀장과 팀원들, 도시농업 단체 관계자까지 모두 8명. 이들은 행사 기간 동안 부스를 찾는 시민의 반려식물을 진단하고, 올바르게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현장에서 무료로 분갈이도 진행한다.

“흔히 식물을 키우다 병이 들면 버리는 분들이 많죠. 그런데 보다보면 애착이 생기기도 하고, 의미 있는 선물로 받았는데 시들거나 아파하면 키우는 사람의 마음도 아프기 마련입니다. 식물과 더 오래 함께하고 싶었던 분들이 여기와서 도움을 받으면 정말 기뻐하세요. 작은 화분 하나가 삶의 희망과 활력을 되찾아 줄 수도 있지요. 식물을 돌본다는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마음을 보듬고, 위로를 건넬 수도 있어 활동하면서도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정현덕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팀장이 2026 고양국제꽃박람회 식물병원에서 식물을 돌보고 있다. 고양/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정현덕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팀장이 2026 고양국제꽃박람회 식물병원에서 식물을 돌보고 있다. 고양/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식물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주된 원인은 물주기 습관이나 분갈이 오류처럼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또 너무 덥거나 추운 경우, 너무 건조하거나 습한 경우에도 식물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식물을 키우는 집안 환경을 잘 살펴야 한다고 정 팀장은 조언했다.

“일례로 며칠 전 한 시민이 ‘물을 주는데도, 시들어요’라며 화분을 들고 온 적이 있었습니다. 살펴보니 물을 너무 많이 줘서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꽤 많은 분들이 사랑이 넘쳐 물을 지나치게 주곤 하는데, 식물은 너무 과습해도 잎이 마르기에 언제나 적정량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번 과습으로 뿌리가 썩으면, 그 부분을 정리해야 하죠. 분갈이하면서 썩은 부분을 자르고 물관리 하는 방법을 개선하도록 도움을 드렸습니다.”

처음엔 시민들이 식물병원의 존재조차 몰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이가 꾸준히 느는 추세다. 아예 온 적이 없으면 몰라도, 한 번 와보면 잊을 수 없는 감동이 있다는 점은 식물병원의 매력이다.

“꽃박람회 같은 행사 기간이 아닐 땐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1층에서 식물병원 업무를 보고 있지만, 홍보가 부족하기도 했고 예약제다보니 이용이 많지는 않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나오니 특히 가까운 곳에 사는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시민 가까이에 있는 것이 식물병원의 취지에 더 맞다고 판단하고, 향후엔 동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양/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