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구조마·은퇴마의 새 보금자리
성기게 난 갈기, 입주변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다른 말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23세의 고령 말 ‘리비’는 사람을 경계하는 편이다.
4일 경기도가 운영하는 화성시 만세구의 경기도축산진흥센터 내 ‘경기도 말 복지 휴양 목장’에서 만난 리비는 센터 관계자가 가까이 다가서자 곁에 머무는 듯 했지만 이내 자리를 떴다.
리비는 곧장 1만8천여㎡에 달하는 넓은 목장으로 향했고 다른 말들과 자유로이 곳곳을 누비며 뛰어다녔다.
리비가 휴양 목장에 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마사회는 경북의 한 승마장에서 오랜 기간 방치됐던 리비를 지난해 말 구조했다. 재활 훈련과 치료를 거쳐 건강을 회복한 리비는 지난달 20일 휴양목장으로 오게 됐다.
휴양 목장에는 리비와 퇴역마 8마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말들은 휴양 목장에서 건초나 사료를 씹거나 서로에게 기대어 휴식을 취한다. 바닥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기분이 좋은 듯 모래 목욕을 하기도 한다.
휴양 목장은 한때 경마 경기를 뛰었던 경주마와 학대받은 말들을 치유하기 위한 공간이다. 말들이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모두 사람에게 버려진 아픔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5~6세를 넘겨 은퇴한 말은 마땅한 보금자리를 찾지 못해 폐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말산업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과 부산에서 퇴역한 경주마 1천201마리 가운데 276마리(23%)가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는 말들에게 안정적인 휴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도는 시군 마사회와 관련 단체 등과 선발 절차를 밟아 은퇴 경주마와 승용 전환 대상마, 구조된 말 등을 휴양 목장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양수 경기도 축산진흥센터 소장은 “말들이 이곳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면서 삶을 되찾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한다”며 “말을 구조하고 재활·입양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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