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박경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지난해 5월 일본의 어느 예술 섬(일본에는 지역 곳곳 예술 섬 프로젝트가 무척 많다)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인천 출신 설치·미디어 작가 A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기사에는 싣지 않았지만, 그 작가는 일본의 젊은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한국 예술계의 이미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안정적인 일본에 비해 한국 아트신(Scene)은 더 글로벌하고, 전투적이고, 공격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서 전 세계적인 것들을 이끌어나가는 작가를 꼭 한두 명씩 탄생시키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있어요.”

이 대답을 듣고, 미술계뿐 아니라 오늘날 한국의 문화·예술계 전반을 아우르는 특성이라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K-컬처’와 ‘K-콘텐츠’ 육성과 관련 인프라 조성 등 정책이 국정과제로 지정돼 쏟아지고 있다. 드디어 문화·예술계에 기회가 온 것일까. 그런데 그 정책들을 뜯어보면 ‘콘텐츠’와 ‘산업’이란 말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사실 A 작가는 외부에서 보는 한국 미술 작가 개개인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었다. 얼핏 K-컬처·콘텐츠 정책과 맥이 닿는 듯하지만, A 작가는 K-컬처를 콘텐츠나 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정체성은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애초 ‘문화’와 ‘예술’은 병립하기 어렵다. 문화가 예술보다 큰 범주이긴 하나, 그렇다고 예술을 문화의 하위 범주라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의 독특한 정책·행정 용어가 ‘문화예술’이고 상당수 문화 정책은 순수예술 정책을 가리킨다. 하지만 최근의 주류 문화 정책은 콘텐츠·산업 육성 정책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A 작가는 국내에서 좀처럼 잡을 수 없던 기회를 찾아 안정적인 예술 활동이 가능한 일본으로 향했다. ‘글로벌’하고도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그 선택과 도전을 일으킨 요인은 국내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창작 지원 등 ‘예술 정책’이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6·3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최소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라도 문화‘예술’ 정책 공약이 나오길 기대한다.

/박경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