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되면 산하기관장 임명 ‘컴백’
재직중 정보·경험 ‘정치적 의심’
후배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퇴직 공무원’의 선거캠프 합류가 이어지고 있다. 공직을 떠난 이들은 재직 공무원과 달리 ‘정치 활동의 자유’를 갖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 다만 역대 선거에서 퇴직 공무원의 이 같은 활동이 선거 후 재취업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아 ‘공직자 윤리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5일 경인일보 취재 결과 인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서는 A 후보 캠프에는 해당 자치구에서 지난해 12월까지 국장을 지낸 한 퇴직 공무원이 합류했다. 이 캠프에는 부구청장 출신 퇴직 공무원도 참여해 단체대화방에서 A 후보 일정 등을 홍보하고 있다. 이 사례 외에도 지방선거 후보 선거캠프 문을 두드리는 퇴직 공무원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 공무원의 선거캠프 합류는 최근 시작된 현상은 아니다. 지역 주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을 일선에서 추진한 경력을 인정해, 과거 선거에서도 후보들이 공무원 출신 인사를 선거캠프에 영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의 시급한 현안과 민심을 이미 파악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정책·공약 구상에 도움이 되는 데다, 관련 분야에서 오랜 기간 쌓은 행정 경험과 전문성은 선거캠프에서 귀중한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 법조인, 언론인 등 ‘직업 윤리’가 중요한 여러 직종에서 현실 정치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그대로 두고 퇴직 공무원만 문제삼을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인천시청 한 공무원은 “공직 생활을 하는 동안이 아닌, 이미 퇴직한 상황이니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까지는 없다. 선거캠프가 후보가 제시할 공약을 추리는 과정에서 지역 중요한 현안을 알게 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며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는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퇴직 공무원이 선거 기간 캠프 활동에 그치지 않고 해당 후보가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의 산하기관장 등에 임명되는 재취업 사례가 늘면서 공직사회에서 이를 곱지 않게 보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인맥이나 정보를 선거운동 기간 정치적 소재로 활용하거나, 후배 공무원에게 현안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등 ‘공직자 중립 훼손’ 여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한 지 1~2년도 안 된 공무원들의 선거캠프 행(行)은 그럴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 공직사회 내부의 중론이다.
B 구청 한 공무원은 “물론 잘 아는 분야에 대해 후보가 제대로 공약을 만들도록 한다는 등의 장점도 있겠지만, 퇴직한 뒤 정치권에 스스로 가려는 모습이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는 것도 사실”이라며 “퇴직 후에도 선거캠프 활동을 발판으로 다시 기관장 등 높은 자리로 돌아오는 선례들이 계속 만들어지면, 공직을 지키는 후배들이 느낄 박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인천시청 또 다른 공무원은 “해당 퇴직 공무원이 재직 중 쌓은 정보와 경험, 과거에 했던 정책적 판단까지 ‘혹시 정치적이었나?’ 하는 의심도 들 수 있다. 퇴직 공무원들의 선거캠프 합류는 합법적인가의 문제가 아닌, 공직사회 신뢰의 문제”라며 “후배들에게 성실하게 행정 업무를 하는 것보다는, 관계를 잘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왜곡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 관련기사 3면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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