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조계사가 6일 매우 특별한 수계식을 열었다. 중국 유니트리사 휴머노이드 로봇 G1에게 법명 가비(迦悲)를 내려 한국 불교 최초의 로봇 불자를 배출한 것이다. 조계종은 불자인 가비가 명예 스님으로 활동할 계획을 밝혔다. 가비 스님은 불·법·승 삼보귀의와, 로봇 3원칙을 반영해 각색한 로봇 오계 준수를 자신의 목소리로 또렷하게 답했다.
가비 스님은 여전히 프로그래밍된 명령만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일 뿐이다. 불경에는 지난 1월 동국대 AI안전로봇혁신센터가 봉은사에서 시연한 로봇 스님 혜안이 월등하다. 혜안 스님은 탑재된 컴퓨터로 학습한 불교 교리로 질의 응답을 하고 사찰 안내도 한다. 다만 이족 보행 대신 바퀴로 움직여 인간형 로봇과는 거리가 멀다. 인간 스님과는 지난 3월 일본 교토대 연구팀이 선보인 ‘붓다로이드(Buddharoid)’가 가장 가깝다. 가비 스님과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 G1에 불교를 학습한 인공지능(AI) 챗GPT를 탑재했다.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결합한 최초의 피지컬 AI 스님이다. 신자의 번뇌와 고민을 불경의 문구로 상담하고 풀어준다.
로봇 스님 개발과 공존에 한·일 불교계가 유난한 것은 출가자가 급감하는 교단의 위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2024년 조계종 출가자 81명은 10년 전 출가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도 사정은 같다. 머지않아 스님 없는 사찰이 속출할 판이다. 조계종 문화부장 성원스님이 “로봇의 법문을 듣고 조계종 출가자들의 절반 이상이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며 가비 스님 수계식의 각별한 의미를 역설한 배경이다.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아직은 인간이 통제할 도구로 보는 낙관론이 우세한 듯하다. 하지만 AI의 학습능력은 이미 인간의 추종을 불허한다. 선진 각국의 사고(思考) 노동자들을 쫓아내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빠르고 강력하게 인간의 육체를 복사 중이다. 육체 노동자들의 실직 공포가 현실이 됐다.
가비 스님의 어색한 동작에 수계식의 사부대중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탑재한 가비 스님이 수행에 정진하면 큰 스님이 될 수 있겠다는 상상도 가능해졌다. 인간을 대체할 피지컬 AI의 영역이 급기야 종교에까지 이른 느낌이다. 로봇 스님 가비, 혜안, 붓다로이드. 로봇 사제 출현을 예고하는 징조일지 모른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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