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산업 첫 ‘수출 100억달러’ 달성

인건비 앞세운 후발주자에 침체기

정부·지자체, AI 등 ‘4차’만 관심

대규모 투자 난항 ‘특화단지’ 희망

“복합 지원 목적 예산 확충이 먼저”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새롭게 출범할 제9기 민선 지방정부를 향한 중소기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는 중소기업 정책 특화과제 4개를 선정하고, 경인일보를 비롯한 기호일보·인천일보·중부일보와 함께 중소기업계가 직면한 현안을 점검하는 한편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한다.

경인일보는 ‘지역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화단지 지원 확대’를 주제로, 지난 2023년 뿌리산업으로 신규 지정됐으나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섬유업계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필요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안산 반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전경. 해당 조합은 1987년에 설립됐드며 현재 조합원수는 70곳가량이다. 2026.5.6 /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안산 반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전경. 해당 조합은 1987년에 설립됐드며 현재 조합원수는 70곳가량이다. 2026.5.6 /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섬유산업은 광복 이후 빈곤하고 처절했던 한국 경제를 부양한 산업의 근간이다.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수출 산업의 중추로 성장하며 1987년 단일 산업 최초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했다.

축포를 터뜨리며 명실상부 수출효자 산업으로 등극했지만, 이후 한국보다 더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등 후발주자에 발목이 잡히면서 긴 침체기를 겪는 중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로봇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에 정부와 지자체가 주목하는 사이 1차 산업의 부흥을 이끈 섬유산업은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는 게 섬유업계의 목소리다.

중소기업의 심장 경기도에는 섬유업체가 상당하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전국 섬유·패션 사업체의 약 22%가 경기도에 터를 잡고 있다. 안산, 시흥, 동두천, 포천, 양주, 포천 등 경기 남·북부를 막론하고 염색업체들이 6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집단화돼 움직이고 있다. 단일 기업 단위로는 다량의 폐수, 고에너지, 환경규제 등을 해결하기 힘들어서다. 때문에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조직해 공동폐수처리, 원자재 공동구매, 에너지 효율화, 환경 규제 공동 대응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안산 반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내 물처리장. 반월조합을 포함해 도내 염색단지 대부분은 사용한 공업용수 및 폐수처리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6.5.6 /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안산 반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내 물처리장. 반월조합을 포함해 도내 염색단지 대부분은 사용한 공업용수 및 폐수처리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6.5.6 /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그러나 조합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조합별로 설립연도는 각자 다르지만 적게는 23년, 많게는 40년가량의 시간이 흐른 만큼 노후된 시설 개선부터 친환경·스마트 인프라 구축 등 손봐야 할 부분이 산적해있다.

문제는 업황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는 조합원 수와 배출하는 물의 양에서 도내 염색단지가 처한 상황이 여실히 나타난다. 시흥 국가산단에 위치한 시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1993년 설립)의 경우 염색단지 내 조합원수는 22곳에 그친다. 염색업이 호황일 때는 염색업에 종사하는 조합원수가 60여곳에 달했다는 게 신광철 시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의 설명이다. 중국발 저가 공세에 국내 염색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3분의 2가량이 도산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염색단지에는 염색업이 아닌 이업종 사업체도 몇 곳 입주해 있다.

물 사용량에서도 업황부진이 포착된다. 염색산업은 다량의 물을 사용하는 업종으로 폐수처리량이 많다는 뜻은 업체 생산량이 많다는 뜻이다. 섬유업이 호황기였던 2002년을 기준으로 보면 안산 반월조합의 연간 폐수량은 2천700만t 수준. 일 폐수 처리량이 9만t에 달했던 것이다. 지난해 전체 폐수량은 1050만t으로 무려 61.1% 줄었다. 업황이 부진한 만큼 조합 자체적으로 대규모 자금 투자는 쉽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안산 반월패션칼라협동조합에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6.5.6 /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안산 반월패션칼라협동조합에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6.5.6 /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이에 염색단지들은 특화단지로 선정되길 희망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013년부터 뿌리기업의 집적화·협동화를 통해 국가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뿌리기업들이 밀집한 단지를 ‘뿌리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섬유업종은 지난 2023년 뿌리산업으로 신규 지정됐다. 안산 반월조합은 경기도 염색단지 최초로 지난 2024년 뿌리산업 특화단지에 최종 선정된 바 있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더라도 애로사항은 많다. 뿌리산업 지원 예산이 2023년 79억1천만원에서 2025년 66억원으로 13억1천만원 줄어든 영향이다. 반월조합의 경우에도 예산이 축소돼 총 사업비 규모는 3년간 48억원으로 알려진다. 이중 국비 지원 비율은 50%로, 잔여 사업비는 지방정부와 민간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경기도나 관할 지자체의 매칭 여력이 부족하다면 조합의 자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40년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안산 반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내 기계 설비. 2026.5.6 /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40년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안산 반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내 기계 설비. 2026.5.6 /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는 ▲뿌리산업 특화단지 예산 확대 ▲지방정부 및 민간 매칭 지원 확대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화 연계 지원을 건의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는 “우선적으로 탄소중립, 환경규제, 디지털화를 포괄하는 뿌리산업 특화단지 복합지원 목적 예산이 확충돼야 한다. 아울러 국비 지원 비율은 50~70%이나, 사업 성패는 지방자치단체 매칭비 확보에 달렸다. 경기도 차원의 도비 보조율 상향 및 시·군 매칭비 보조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