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들의 제지업체에 대한 성토가 눈길을 끈다. 인천의 모 출판사 사장은 “독자들에게 책을 저렴하게 공급하려고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정작 제지업체들은 담합으로 배를 불리고 있었다”며 허탈해했다. 작금 ‘북플레이션(book+inflation)’의 최대 원인이 제지업체 담합 때문이라며 영세 출판업자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지난달 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무림페이퍼, 한국제지, 한솔제지, 홍원제지 등에 대해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7차에 걸친 인쇄용지 가격담합 사실을 밝혀냈다. 이 기간에 백상지, 중질지, 아트지 가격이 평균 71% 상승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제지사들의 담합으로 독자들이 다채롭고 풍성한 책을 접할 기회가 줄었다”며 막대한 과징금을 출판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이재명정부의 담합과의 전쟁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에 “설탕, 밀가루, 육고기, 교복, 부동산 등 경제·산업 전반에 반시장적 담합행위가 뿌리 깊게 퍼져 있다”고 지적하며 민생 침해 행위 엄단을 주문했다. 가시적 성과도 확인된다. 공정위는 같은 달 20일에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분 등이 2019년부터 6년 동안 밀가루 가격과 물량 배분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 또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의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에 걸친 3.2조원의 가격조작도 확인했다. 정부는 국산 설탕의 수요확보를 위해 무역장벽을 세워 제당 3사를 보호 중으로 수입 설탕은 10%대에 불과하다.
검찰은 대상, 사조, CJ제일제당, 삼양사 등의 2017년 7월부터 8년 동안 전분당 담합 규모를 10조원으로 추정하고 해당 업체 임직원 25명을 기소했다. 전분당은 물엿, 과당, 올리고당 등으로 과자·음료·유제품 제조에 널리 사용되는 원료이다. 담합 결과 전분 가격은 이전보다 최대 73.4%, 당류는 최대 63.8%까지 상승했는데 검찰은 이 같은 인상분이 대부분 소비자들에 전가됐다고 판단했다.
짬짜미는 우리 사회 도처에 독버섯처럼 퍼져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반기업정서를 촉발해서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담합과의 전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더욱 우려는 과점업체 대부분이 과거에 이미 한차례 이상 담합혐의로 처벌받은 전과자임에도 여전히 담합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이 화근이다. 일벌백계를 통한 엄단이 요구된다.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