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퇴직한 고위 직업공무원들이 특정 후보 선거캠프로 직행하는 일이다. 선거 전략가나 정책 책임자로 등장하고, 선거가 끝나면 산하기관장이나 공기업 임원 등 요직을 차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공직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동이라는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은 재직 중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닌다. 행정이 특정 정파의 도구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퇴직 직후 곧바로 특정 캠프 핵심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반복되면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의심하게 된다. 재직 시절부터 정치권과 연결돼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정책과 인사가 정치적 고려 속에서 움직였던 것은 아닌지 묻게 되는 것이다. 법 이전에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이유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구조가 공직사회 내부에 왜곡된 신호를 준다는 점이다. 후배 공무원들은 정책 능력과 행정 성과보다 정치권과의 관계가 퇴직 이후의 자리를 결정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시민보다 권력을 바라보는 줄서기 문화가 형성될 위험이 커진다. 행정의 전문성과 공공성은 약화되고, 공직은 시민 전체를 위한 봉사 영역이 아니라 정치권 진입을 위한 경력 관리 수단처럼 변질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퇴직 관료들이 특정 단체장의 측근세력으로 장기화된다는 점이다. 캠프 참여 이후 특보·공기업·재단·위원회 등의 요직을 거치며 십수 년간 영향력을 유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선출 권력은 선거를 통해 교체되지만, 관료 출신 측근 네트워크는 산하기관과 인사 구조 속에서 지속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단순한 정치참여를 넘어 선출되지 않은 행정 엘리트들이 지방권력을 사유화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퇴직 공무원의 정치활동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 정치참여는 시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직의 신뢰를 훼손하면서까지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공직과 정치 사이의 건강한 거리두기다. 일정 기간 동안 선거캠프 참여나 산하기관 임명을 제한하는 이른바 ‘쿨링오프(cooling-off)’ 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퇴직 공무원의 정치참여 문제는 공직의 정치적 중립성, 지방행정의 독립성, 공공기관의 공공성, 그리고 시민의 행정 신뢰와 직결된 문제다. 지방행정이 시민의 신뢰 위에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와 행정의 경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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