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중·계산중 연합팀 ‘금빛 컨트롤’ 구슬땀
제55회 전국소년체전 e스포츠 첫 정식 운영
“진학·육성 체계 갖춰 지역경쟁력 확보해야”
‘타닥타닥’
지난 9일 오전 11시께 찾은 인천 동구 재능중학교 한 교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나란히 앉은 세 선수의 각자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모니터 화면 속 축구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한 선수가 공을 소유했지만, 상대가 가깝게 붙으며 압박해오는 상황. 이를 지켜보던 감독은 “압박을 받을 때 세게 달리면 역동작이 걸린다. C(볼 보호)와 S(짧은 패스)키를 누르면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교실 안은 실제 축구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만큼이나 훈련 열기로 뜨거웠다. 제55회 전국소년체육대회 e스포츠 종목 출전을 약 3주 앞두고 찾은 FC 온라인(온라인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훈련 현장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이었다. 인천 대표인 김시우(재능중2), 노윤후(재능중2), 김태양(계산중1)과 성기준 감독의 담금질이 한창이었다.
오는 23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이번 소년체전에서 e스포츠는 FC 온라인 단일 종목으로 첫 정식 운영된다. 23일부터 24일까지는 개인전(1명), 24일부터 25일까지는 단체전(3명)이 열린다. 단체전은 선수 개개인의 개인전 결과를 합산해 팀 성적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아쉽게도 단체전 팀 구성을 하지 못한 경기도에선 개인전 1명만 출전한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은 ‘학업에 소홀한 아이’라는 편견 어린 시선을 받아야 했다. 게임은 공부의 반대말과 다름없었고 학부모와 교사에게는 골칫거리인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전과 다르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서 채택됐고 올해 소년체전에서 ‘FC 온라인’이 정식 종목으로 도입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컴퓨터 게임이 체계적인 훈련과 전략이 필요한 ‘학교 스포츠’의 영역으로 들어선 것이다.
이날 인천을 대표해 처음 e스포츠 종목에 출전하게 된 세 선수에게 대회 준비 상황을 묻자 “큰 대회에 처음 나가는 만큼 부담도 크고, 긴장이 된다”면서도 “지역 대표로 나서는 만큼 자부심도 크다.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INCHEON’이라고 적힌 단복을 받았다. 단복을 입은 선수들은 “이제야 실감이 난다”며 긴장감도 내비쳤다.
학원 스포츠로서 e스포츠가 처음 도입되는 만큼 학생 선수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김시우는 “게임이 스포츠로 인정된 것이 긍정적인 것 같다”며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전술 세우고 전략적으로 플레이하는 점은 다른 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노윤후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종목이 늘어나서 좋다”고 덧붙였다.
이제 막 e스포츠가 학교체육에 편입된 만큼 선수 구성과 훈련 방식까지 모든 것이 새롭다. 주중에는 선수 개인의 게임 플레이를 녹화해 온라인 상에서 감독과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주말엔 한 자리에 모여 실시간으로 지도를 받으며 훈련한다.
김태양은 “기존에는 공격 위주로 플레이를 했다면 감독 선생님의 지도로 체계적인 수비와 돌파하는 스킬들을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지원하는 인천e스포츠협회와 학교, 교육청 등 관계 기관 역시 아직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다른 종목과 비교해 훈련 시설과 장비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현재 인천에는 선수들이 모여 훈련할 수 있는 공용시설도 없다. 다행히 인천 선수단은 두 선수가 소속된 재능중의 협조로 학교 시설을 훈련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재능중은 지난해 한국e스포츠협회가 진행한 ‘찾아가는 교내 e스포츠 대회’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고사양 장비 장비 11세트를 기증받아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해당 시설을 활용해 올해부터 e스포츠 동아리도 운영 중이다.
재능중의 경우 교사의 관심과 교장·교감의 지원과 협조 속에 e스포츠를 학교체육으로 운영할 수 있었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를 스포츠로 받아들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능중 e스포츠 동아리를 담당하는 최형철 교사는 “꼭 프로게이머뿐 아니라 관련 산업으로 진로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교내대회에서도 우승했던 두 선수들에게 소년체전 출전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관심으로 환경조성을 추진했지만, 다행히 교장·교감 선생님과 행정실의 이해와 협조가 있어 가능했지만, 일반적인 학교 현장에서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고사양 장비를 갖추는 것뿐 아니라 학교 인터넷으로 게임을 설치·실행하는 것조차 행정 절차와 허가가 필요하다. e스포츠가 학교체육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도입 초기인 현재 어떻게 기반을 마련하는지에 달려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직 학교 현장에서 교사나 학부모들의 e스포츠에 대해 낯선 것도 사실이다. 이번 팀 구성을 위해 인천e스포츠협회가 선발전을 진행할 당시 “우리 아이가 여기에 참가했느냐”며 우려 섞인 부모님들의 전화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e스포츠는 국제대회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다. 앞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운영됐고, 올해 9월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국내 선수들이 출전을 앞두고 있다.
올해 전국소년체전에 이어 내년에는 전국체육대회에서 e스포츠 종목 도입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e스포츠가 학교체육 넘어 지역스포츠 종목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종목 도입 초기인 만큼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인천시체육회 인정단체인 인천e스포츠협회는 대회 실적 등을 갖춰 준회원 단체로 승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명섭 인천e스포츠협회 부회장은 “e스포츠가 다른 종목처럼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생 선수가 중학교·고등학교·대학·실업팀으로 이어지는 진학 및 선수 육성 체계가 자리 잡아야 한다”며 “인천에서 먼저 저변이 확대되고 e스포츠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지역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효은·이영선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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