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단팥빵이다. 80대 할머니가 지난 2일 고양시의 한 빵집에서 단팥빵 5개를 훔친 혐의로 붙잡혔다. 할머니는 20년간 지병을 앓는 남편을 돌보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남편이 좋아하는 단팥빵을 먹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할머니를 형사재판 대신 즉결심판에 넘겼다. 적절한 법 집행이고, 빵집 주인도 양해했을 테다. 경찰은 지자체의 긴급 생계비 지원도 알선했다. 전형적인 경찰 미담 보도다.

지난해 11월 창원시에서도 78세 노인이 마트에서 2천원 짜리 단팥빵 2개를 훔치다 발각돼 경찰에 넘겨졌다. 10여년 뇌경색으로 투병 중인 노인도 아내와 단둘이 궁핍하게 지냈다. 처벌에 대한 속보가 없는 걸 보니 이 노인도 선처를 받았을 테다. 뒷맛이 개운치 않다. 단팥빵 한두 개에 양심과 품위를 포기한 노인들의 심정을 헤아리면 아리고 시큰하다. 그리고 미담으로 가릴 수 없는 노인 빈곤층의 악화된 생계는 그대로 남았다.

지난해 10월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절도 검거 인원은 2020년 9만9천746명에서 2024년 10만8천76명으로 1.1% 늘었다. 그런데 71세 이상 절도범은 같은 기간 9천624명에서 1만6천223명으로 68.5%, 61세 이상 절도범은 2만3천141명에서 3만4천185명으로 47.7%나 폭증했다. 1만원 이하 절도범죄가 2020년 1만2천993건에서 2023년 2만3천970건으로 1.8배 늘었다는 경찰 통계도 있다. 폭증한 노인 장발장의 생계형 소액 절도가 흔해졌다는 방증이다.

당시 언론은 노인 장발장 폭증의 원인으로 경기불황과 물가인상을 꼽았지만, 기초생활수급비의 함정도 있다. 소득과 재산이 ‘0원’이라야 전액 지원되는 기초생활수급비다. 재산이 있거나, 일을 해서 소득이 생기면 줄어든다. 고양시 할머니나 창원시 할아버지가 2인 가구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급여를 최대로 받는다면 올해 기준으로 134만여원이다. 좋아하는 단팥빵을 사먹기 힘든 생계비다. 재산이 있어 급여가 줄면 꿈도 못 꿀 단팥빵이다.

노인 장발장 사건이 날 때마다 모두 선처할 수 없고 그러기도 힘들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초생활에 단팥빵 몇 개, 고기 반찬 몇 번 정도는 허용하는 급여 설계일 것이다. 단팥빵 빠진 기초생활급여는 인간의 조건에 반한다. 단팥빵 할머니, 할아버지는 처벌보다 더한 수치심에 괴로울지 모른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