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점용’ 잡으려다 취약계층 잡을라

 

총 736건 적발, 대부분 ‘일반 경작’

원상조치 통지·이의 접수 9월까지

李 대통령 ‘자릿세 관행’ 제재 취지

노인 거주 고려 ‘정책 유연성’ 필요

최근 용인지역 하천·계곡 불법 점용시설 전수조사가 진행된 가운데 처인구 저소득층 노인들의 불법 경작지 등이 다수 적발됐다. 2026.5.11 용인/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
최근 용인지역 하천·계곡 불법 점용시설 전수조사가 진행된 가운데 처인구 저소득층 노인들의 불법 경작지 등이 다수 적발됐다. 2026.5.11 용인/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

“내가 먹으려고 소소하게 파, 상추 몇 개 심었는데 불법이라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지난 2월 하천·계곡 내 불법 점용시설 관리를 지시하면서 전국서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진행된 가운데, 용인지역 적발 사례 다수가 저소득층 노인들의 불법 경작지인 것으로 나타나 관련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지자체 내부에선 법 테두리 내 양성화 등 정책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용인시는 지난 3월 하천·계곡 내 불법 점용시설에 대한 1차 전수조사를 시행한 결과 가설건축물 385건, 불법 경작 143건, 물건적치 12건, 그늘막 11건 등 총 736건을 적발했다. 유형별로는 상업 목적이 아닌 일반 불법 경작지가 대부분으로 특히 노인 인구가 집중된 처인구의 경우 불법 경작 125건, 가설 건축물 336건 등이다.

각 구청은 적발된 사례에 대한 원상조치 통지와 이의 신청 절차 등을 밟고 있으며, 전수조사 및 정비는 오는 9월까지 이어진다.

문제는 전수조사에서 지적 측량 결과, 수년간 자신의 땅인줄 알았던 경작지나 거주 중인 가설 건축물의 일부가 하천구역 경계에 포함된 경우가 다수 나타나면서 시 담당 과에 관련 문의 및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토지 공시지가에 최대 5년치 점용료율의 20%를 가산해 변상금을 부과하는데, 저소득층 어르신들이 살고 있는 가설 건축물의 경우 금액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제적 부담까지 호소하고 있다.

처인구에 거주하는 한 80대 주민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무슨 경계지라고 하더라. 불법인 줄도 몰랐다. 살고 있는 곳을 잘라내버릴 수도 없는 거 아니냐”면서 “그동안 땅을 이용한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하더라. 법이 그렇다는데 어떻게 하겠냐”고 난감한 상황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의 전수조사 지시가 국민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한 것으로 음식점 등 상업시설의 계곡 사유화와 자릿세 징수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인만큼, 취약계층의 불법 경작이나 거주시설에 대해 정책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용인시는 불법 건축물·경작지의 경우 원상복구가 원칙이지만, 하천법에서 허락하는 범위 내 ‘양성화’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소 5년치 변상금 부과 등 사용료를 받아야 하는데, 처인구 백암·원삼·남사·이동 등 저소득 노인 인구가 집중된 곳에서 적발된 사례가 많아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과거 백운계곡 불법 시설물 단속으로 하천가의 무단 점유 사례는 많이 줄었다”면서도 “한눈에 보기에도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 노인들에게 가산금까지 내야한다고 하려니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행정조치가 들어가지만 상업적이거나 나쁜 의도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유연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고, 또 다른 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 이 같은 상황을 설명했지만 법에 정해져 있으니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한시적으로라도 변상금을 그간 사용료만 부과하게끔 하거나 조정해주는 방법을 고려한다면 민원인들이 받아들이기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