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일 전만 해도 국힘 전멸이 대세였지만
‘조작기소 특검법’ 발의 판세 뒤집힌 여당
尹어게인·입법폭주 공생, 최악 결과 될 것
불과 20여 일 전만 해도 지방선거·국회의원 재보선 판세는 국민의힘 전멸이 대세였다. 4월 20~22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5%로 창당 이후 최저였다. 민주당 지지율은 48%,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69%였다.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윤어게인이라는 가상현실에 갇힌 장동혁의 국민의힘이 자초한 자멸적 파국의 징조들이었다. 여론조사로 드러난 합리적 보수와 중도 민심도 국민의힘의 패배를 보수 재건의 시발점으로 수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보수 재건으로 좌우 균형을 회복할 때까지는 대통령과 민주당의 선의에 의지해야 하는 정치 현실을 반영한 지표들이었다. 민심은 민주당의 독주를 걱정하면서도 국민의힘의 시대착오를 더욱 혐오했다.
민주당이 판세를 흔들었다. 4월 30일 ‘윤석열 정권 조작 수사·기소 특검법’을 발의해 5월 4일 국회 법사위에 회부했다. 견제 없는 권력의 폭주를 예고한 입법 블록버스터였다. 특검에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8개 사건의 공소취소 권한을 주었다. 특검 전용 영장전담판사도 지정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대통령 재판 공소취소를 전제했다. 헌법과 충돌하는 특검이다. 법조, 언론, 시민단체들이 진영을 초월해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집권세력의 선의와 자제를 기대했던 여론은 경악했다. 체념했던 보수층은 결집할 전선과 명분이 생겼다. 청와대가 놀랐다. 특검법이 법사위에 회부된 날 홍익표 정무수석이 ‘특검법 시기와 절차를 조정하라’는 대통령의 말씀을 전했다. 그런데 ‘특검을 통한 진실규명과 사법정의 실현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첨언했다. 지방선거 후 특검법 처리가 대통령의 의중으로 해석됐다. 박성준 의원은 “시민 10명 중 8~9명은 공소 취소 뜻을 모른다”는 발언으로 성난 민심에 휘발유를 뿌렸다.
민주당의 독주를 걱정하면서도 보수정당 해체를 통한 보수 재건 민심이 주류였던 지방·재보선 판세가 흔들린다. 민주당의 공소취소 특검법으로 보수정당이 회생의 실마리를 잡은 지형으로 변했다.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지원유세를 거부했던 국민의힘 지도부가 특검 반대투쟁을 앞세워 선거판을 휘젓기 시작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특검법을 사법내란으로 규정했다. 대구·부산 시장 선거 판세를 압도했던 민주당의 기세가 확연하게 꺾였다. 보수 진영의 희망인 동남풍의 주인이 한동훈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뀔 분위기다. 민주-국힘 대결 구도가 무너지자, 한동훈에게 보수 재건의 열망이 집중됐다. 민주당이 특검으로 정당 대결 구도를 되살리니 무소속 한동훈이 한계에 봉착하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패배로 보수진영의 정화와 보수정당의 재건을 희망했던 선거 판세가 비틀리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후일지 모를 기회를 붙잡고 안간힘을 짜내고 있다.
격동하는 선거판세가 국민에게만 불행한 정치 지형을 남길까 싶어 걱정이다. 특검법 파동으로 국민의힘이 영남에서 회생의 기회를 얻는다면,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의 보수 재건 희망은 물거품이 된다. 특검법 소동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방·재보선 승리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동남풍이 충청 건너 수도권에 이를 위력은 아니라서다. 비상계엄을 반성하지 않는 윤어게인 국민의힘과 대통령 재판을 소멸하는 입법폭주 민주당이 적대적으로 공생하는 정치의 연장이라면 국민에겐 최악의 선거 결과다.
선거를 앞둔 특검법 입법이 고도의 전략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윤어게인 국민의힘의 잔명을 이어가면 국민의 선택지엔 민주당만 남게 되니 말이다. 상상이 현실이 되면 대통령과 민주당엔 전화위복일 테다. 하지만 민주주의 원칙과 도덕을 수호하고 갈구해 온 역사적 국민이 있다. 국민의 염원과 희망에 반하는 정당, 정치인들은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국민은 모를 수 있지만 반드시 기억한다. 해야 할 심판을 거른 적도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민주적 정의와 정치적 선의를 각성하고 선거에 임하기 바란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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