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공인중개사 주도 수십억대 부동산 투자사기
도화동 보상 이주 수요 등 악용
‘시세 1억’ 1억2천에 판매 수법
‘속칭 딱지’ 모집 돈 가로채기도
잠적중… 피해자들 警 고소 준비
대규모 전세사기가 벌어졌던 인천 미추홀구에서 공인중개사 등이 관여된 부동산 투자 사기로 수십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추홀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도화동 일대에서 추진되는 공공주택 복합사업 부지 내 원주민들이 보상을 받고 인근 동네로 이주하려는 수요 등을 악용해 지난 2022년부터 최근까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였다.
A씨는 원주민들이 이사를 원하는 지역의 주택 등 부동산 매물을 시세보다 높게 부풀려 중개한 뒤, 매매 차액을 챙겼다. 예컨대 매도인이 1억원에 내놓은 매물을 원주민들에겐 1억2천만원에 판매하고, 2천만원을 챙기는 식이었다. A씨는 지인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매도인에게 먼저 대금을 치르고, 추후 시세를 잘 모르는 원주민에게 가격을 높여 받아 남은 차액을 나누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원주민들의 이주가 점차 마무리되자 A씨는 더 대담한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매도인·매수인이 모두 허위인 매매계약서를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며 투자금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피해자 B씨는 “A씨가 잠적한 뒤 그가 제시한 매매계약서의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연락해 보니 모두 이 계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A씨는 친분을 이용해 투자금을 부풀려 주겠다고 해놓고 4억원을 받아 챙긴 채 연락이 끊겼다”고 푸념했다.
A씨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주안동 일대에서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데도 건물이나 토지를 확보해 속칭 ‘딱지’로 불리는 아파트 분양권을 얻으려는 이들을 모집해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해당 정비사업은 권리산정기준일이 고시된 지 10년 가까이 지나서 조합원의 부동산을 매수해도 분양권을 얻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 증언에 따르면 A씨는 “지금은 부동산을 매수해도 조합원의 지위를 가질 수 없으니 돈을 주고 건물이나 토지는 가지되, 소유권은 넘겨받지 말라”며 “근저당을 설정하거나 가등기를 하고 나중에 분양권이 나오면 이를 넘겨받으면 되니 매매 대금을 나에게 달라”고 부추겼다고 한다. A씨에게 대금을 건넨 피해자 C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하나의 매물을 여러 명에게 팔기도 했더라”며 “내가 낸 매매 대금을 매도인에게 넘기지도 않은 걸 뒤늦게 알았다”고 토로했다.
A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최근까지 파악된 것만 해도 50여 명, 액수로는 60억~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공인중개사 신분이어서 피해가 큰 것으로 보이며,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입한지 모르는 다수의 원주민을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전세사기 사건 당시에도 일부 지역에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들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투자금을 돌려막기 하던 A씨는 돈을 돌려달라는 지인 등의 요구가 잇따르자 지난 4월 말께 잠적했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선아·유진주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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