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행복도시지수’ 세계 49위·亞 6위 눈길

하지만 “얼마나 사람답게 살 수 있나” 질문

다가오는 선거 ‘행복 측정 혁신’ 나왔으면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행복을 측정할 수 있을까? 행복은 개인의 철학, 문화, 시대, 개인의 경험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개념이다. 어떤 사람에게 행복은 경제적 안정이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사랑과 대인 관계이며, 누군가에게는 자유와 자아실현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건강하고, 좋은 집에 살며, 안정된 직업과 가족관계를 가지고 있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도시나 국가의 행복도를 측정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GDP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성장의 크기와 삶의 질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주관성과 상대성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도시, 국제기구는 행복지수를 만들고 삶의 질을 측정하는 일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복지표의 역할과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행복지표는 행정의 효과를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행복지표는 정치와 행정의 목표를 설정하는 데 필요하다. 행복지표는 도시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

인천은 ‘행복도시지수(Happy City Index)’에서 세계 49위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행복도시지수는 프랑스 ‘삶의 질 연구소(Institute for Quality of Life)’와 영국 ‘행복도시 허브(Happy City Hub)’가 공동으로 발표하는 평가에서 인천은 2025년에 비해 23계단 상승했다. 인천이 아시아 6위, 국내 2위로 도약했다니 괄목할만한 사건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인천시가 주거비 부담이 낮고 녹지와 디지털 행정 수준이 우수하다는 강점이 부각된 결과이다. 이 지표는 문화 교육 인프라, 대기질, 의료 인력, 교통약자 접근성 등에서는 인천시의 취약성도 드러냈다.

‘행복도시지수(HCI)’는 행복체감도 조사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도시의 객관적 삶의 조건을 평가하는 지표체계이다. 주관적 삶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행복지표는 유엔에서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이다.

OECD에서 발표하는 ‘더 나은 삶 지표(Better Life Index)’도 참고할만한 행복지표이다. 소득, 고용, 주거, 교육, 환경, 건강, 안전, 시민참여, 공동체, 워라밸, 삶의 만족 등 다차원적 삶의 질을 행복으로 해석하여 측정한다.

그런데 행복은 주관적이지만 객관적 조건이 있어야 하며 지속가능해야 한다. 행복 지표도 그런 행복의 입체적인 성격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행복한가를 묻기 전에, 그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인프라의 숫자가 아니라 시민들의 접근성과 활용 능력을 측정해야 한다. 통계적 평균값이 아니라 최소 보장을 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누스바움(M. Nussbaum)의 ‘역량지표’는 하나의 대안이다. 역량(capability)이란 단순히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이동할 수 있는가, 참여할 수 있는가,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이러한 가능성의 총합이 바로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며 실질적 행복 지표로 도시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도시에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통약자를 포함한 시민이 도시의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가? 둘째, 시민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 있는가? 셋째, 인간다운 노동이 가능한가? 등이다.

나아가 건강과 환경, 문화와 여가, 공동체와 관계, 시민참여, 안전과 존엄, 생태와의 공존이 가능한가를 물어야 한다. 시민의 행복은 ‘얼마나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도시를 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가능하다. ‘사람의 도시’에 필요한 것은 더 높은 빌딩이 아니라 ‘더 깊은’ 삶의 기준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도시를 보는 방법, 그리고 시민의 행복 측정 방법을 혁신하겠다는 주장도 나왔으면 좋겠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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