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5.12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5.12 /연합뉴스

정부가 위기가정에 대한 복지급여 자동지급 제도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12일 열린 국무회의에 ‘위기가구 지원을 위한 복지안전매트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지금까지 신청자에게만 지급한 복지급여를, 급여 수급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 지급하도록 관계법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복지 신청주의’를 잔인한 제도라 비판한데 따른 대책이다. 법령 개정으로 시행되면 복지정책은 획기적으로 전환된다.

2014년 송파구 세 모녀 사망 사건으로 사회복지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복지 신청주의에 대한 비판이 공론장에 올랐다. 최악의 생활고에 시달린 세 모녀는 공과금 70만원과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지 않았다. 제도 를 몰랐던 것으로 추정됐고, 설령 수급 신청을 했어도 복잡한 절차에 막혔거나, 까다로운 수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신청주의에 기반한 선별적 복지제도가, 실질적인 복지급여 대상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자성과 비판이 고조됐다.

하지만 제도의 전환은 지연됐다. 정부의 선별복지 의지가 완강했고, 복지급여 자동지급을 막는 각종 법률적 제약들이 즐비했다. 그 사이 독박돌봄, 한부모가구, 가계몰락, 과다채무, 만성빈곤, 독거가구 등 위기가정에서 사망 사건이 속출했다. 급기야 2023년엔 송파 사건과 유사한 수원시 세 모녀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채무에 쫓겨 유령 거주지에 숨어 살던 세 모녀는 복지시스템에서 완전히 증발됐다. 최근엔 친부가 지자체의 복지급여 제공을 거부한 채 네 자녀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있었다. 울주군청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안내하고 독촉했지만, 본인 동의 조건에 막혀 복지급여 지급에 실패했다.

복지부 방안에 따르면 조건을 충족한 수급대상자에게 신청 절차를 생략하고 무조건 복지급여를 지급한다. 이를 위해 담당 공무원의 수급 예상자 금융재산 조사 요건을 완화하고 직권신청 권한 및 면책 규정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자동지급제도 실행 과정이 수급자의 명예와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복지급여를 채권 추심에서 보호할 법령 정비도 필요하다. 즉 수급자가 당당하고 안전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회보장기본법 등 관련 6개 법안 개정을 서두르고, 제도 전환에 수반될 예산 확보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