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리 멀리 현장학습을 가서 멀미하게 만듭니까.” “왜 우리 애 사진이 5장밖에 없습니까.” 지난 7일 교육부 주최 ‘안전한 현장체험학습 간담회’에서 초등교사노동조합 강석조 위원장이 쏟아낸 학부모 민원의 실상이다. 발언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12일 조회수 700만회를 넘어섰고, 공감 댓글이 줄을 잇는다. 2022년 11월 체험학습 중 초등생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인솔교사는 1·2심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고의도 태만도 아닌 불의의 사고였다. 보호장치 없이 혼자 감내하는 현실은 교사들이 현장학습을 기피하게 만들었다.

교단 붕괴의 신호는 이미 켜졌다. 2023년 서이초 교사가 숨진 뒤 대전용산초 교사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후임 기간제 교사 역시 학생의 욕설과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 35년 경력의 베테랑도 20일을 채 버티지 못하고 사표를 던진 이유다. “문제의 4인방은 건드리지 말라.” 동료 교사들의 귀띔은 ‘교실 안 비정상’을 압축한 고백이다.

악성민원 판단은 교육지원청의 교육활동보호위원회가 맡는다. 그간 교권 침해의 기준은 ‘침해행위의 지속성’이었다. 반복되지 않으면 악성민원이 아니었다. 다행히 법이 바뀌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단 한 번의 무고성 고소나 협박도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인정된다. ‘교육활동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방식으로’라는 문구가 근거가 될 테다. 하지만 함정은 남아 있다. 교사에게는 위원회 결정에 대한 행정심판 청구권이 없다. 학부모가 불복해 이의제기할 경우 고통은 계속된다. 보복·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교사는 ‘잠재적 피의자’라는 낙인을 지우기 위해 사투를 각오해야 한다.

제도가 정교해질수록 모든 갈등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흐름은 교단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특히 5060세대에겐 납득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스승을 부모와 동격으로 여기던 사회적 관념의 전승이 불가능해진 시대의 학교는 붕괴 직전이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은 세종대왕 탄신일에 맞춰 1965년 제정됐다. 백성을 위해 한글을 창제한 성군이 나신 날을 교육자를 예우하는 날로 삼자는 취지였다. 악성 민원에 교사가 무너지는 현실에서 취지는 점차 퇴색하고 있다. 교단은 숭고한 사명감 대신 감정노동에 소진되고 있다. 자기검열에 내몰린 스승에게서 참된 가르침은 나오지 않는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