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느는데 생산가능인구 급감

나라 빚 증가 속도는 더 가팔라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영원할까

‘선택과 집중’ 행정 필요한 시점

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
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

‘철통같은 치안, 최상의 의료 접근성, 신속·정확한 행정 서비스’. 한국이 세계에 자랑해 온 것들이 위기에 처했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세계 최저 출산율’과 ‘최고 빠른 고령화’는 사회 근간을 흔든다. 이런 추세라면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재정·인력 한계가 멀지 않았다.

세수 부족 속에서도 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 증가,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불안정·글로벌 안보 위기로 방위비 증액이 겹치며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GDP 대비 6.5% 수준이었던 복지 분야 의무지출은 2050년 11.3%까지 급증할 전망으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 악화는 예고된 미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인구구조가 지속될 경우 2050년대 잠재성장률이 0% 이하로 떨어질 확률은 68%에 달한다. 지출 수요는 급증하는데 생산가능인구는 급감하는 구조적 모순이다.

나라 빚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2013년 482조원이던 국가채무는 2026년 말 약 1천415조원(GDP 대비 51.6%)으로 13년새 약 3배 가까이 증가, 기축·준기축 통화국을 제외한 선진국 중 단연 1위다. 기획재정부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65년 156.3%까지 오른다. 지방재정도 한계다. 서울·경기·세종을 뺀 14개 시·도의 재정자립도(2025년)는 50% 아래, 전북·전남·경북·강원은 20%대다. 전국 자치단체(2024년)의 43%(104곳)가 지방세로는 공무원 월급조차 못준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2050년 지방세수는 현재의 95% 수준으로 소폭 감소하나, 인구감소 지역에선 80% 수준까지 급감한다. 수도·전기·도로 유지보수가 멈추는 지역이 생겨날 수 있다.

근래 합계출산율이 소폭 반등했으나, 가임 여성수가 줄어 인구증가는 당분간 불가능할 전망이다. 인구감소로 경찰·소방·군인 인력 확보가 힘들면 범죄 대응 지연과 치안·안보 공백이 발생한다. 학생 수 급감으로 급식축소나 필수교과 외 개설중단, 고령층을 위한 대면 행정창구도 폐쇄될 게다.

예산·인력이 부족하면 정부는 기본 서비스부터 접어야 한다. K-치안·의료라고 예외일까! 공적 건강보험 보장축소와 지방 응급실 폐쇄, 대형병원 진료 대기시간 급증이 현실화한다. 결국 의료 유료화와 붕괴로 이어진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영원할까? 삼전·닉스에 극단적으로 편중이 끝나는 순간 성장·수출이 흔들릴 터.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는 약세다. 나라 빚 증가에다 민간 자본의 해외 유출이 원인이다. 추경이 비상수단에서 연례행사로 전락한 지금, 정치꾼이 벌인 정책(?) 책임은 결국 국민과 후손이 떠안게 됐다.

예견된 미래는 정부 파탄. 이는 단순 국가부도가 아닌,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라는 국가의 최소 기능을 잃어 회복이 힘든 상태를 뜻한다. 지금 아이들이 사회 주역이 됐을 때 침체·우울로 넘치는 한국과 마주할 확률이 높다. 미래 자금을 포퓰리즘 복지와 정치적 목적으로 소진한 베네수엘라. 1950~60년대 석유 호황으로 ‘남미의 진주’라 불리며 서유럽국가와 어깨를 견줬으나, 과도한 복지 확대와 부패·정치 불안으로 한 세대 만에 국가는 파탄 수준이다.

정부의 선결 과제는 줄어드는 자원 안에서의 효율 극대화다. 선심성 복지와 방만한 인프라 확대를 멈추고 핵심 분야(치안·의료·교육·안보)에 ‘선택과 집중’ 행정이 필요하다. 교육도 수월성으로 가야 옳다.

와중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꾼들이 경쟁적으로 돈 살포 공약을 해댄다. 명백한 선거용 매표 행위다.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재정을 당겨쓰며 표를 사려는 악성 포퓰리즘이다. 또 광역의원 비례대표는 10%에서 14%로 늘었다. 인구감소로 줄여도 모자랄 판에 혈세 투입되는 의원 증원이라니 제정신인가. 기업은 일류인데 정치는 삼류, 아니 오류. 실은 오류(誤謬)? 유권자여 분노하라. 질식하는 법치에 눈 감는 우중(愚衆)이 돼서야.

/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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