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에 갇힌 땅… 수십년째 재산권 침해

 

백령도 임야 구입, 지뢰매설 경고

소송 제기… “공식기록 없다” 패소

227만3천㎡ 해당, 국방부 문제 인식

“선제적 안내·매입·임차 적극 추진”

인천 강화군 강화읍 대산리 한 사유지 논에 설치된 군용 벙커가 철거되고 있다. 2026.1.8. /경인일보DB
인천 강화군 강화읍 대산리 한 사유지 논에 설치된 군용 벙커가 철거되고 있다. 2026.1.8. /경인일보DB

인천에 사는 김모(60대)씨는 28년 전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 내 해안가를 끼고 있는 임야 2만㎡를 구입했다. 노후에 백령도에 정착해 낚시 등 여가생활을 즐길 생각에서다.

하지만 김씨가 10여년 전 백령도에 들어가 확인한 본인 땅에는 지뢰매설 경고 안내판과 함께 철조망이 둘러져 있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를 모른 채 땅을 샀던 김씨는 군부대를 상대로 지뢰를 제거하고 철조망을 없애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공식적인 지뢰매설 기록이 없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수십 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땅을 방치하고 있다”며 “백령도에 이와 비슷한 군부대 무단점유 사유지가 즐비하다”고 했다.

13일 경인일보가 배준영(국,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국회의원실을 통해 국방시설본부로부터 얻은 자료를 보면, 인천에서 군부대 등이 무단점유 중인 사유지는 총 227만3천㎡(1천55개 필지)로, 축구장(7천140㎡ 기준) 318개를 합친 크기에 달했다. 전체 공시지가는 약 379억3천만원 규모다.

무단점유 사유지는 6·25전쟁 이후 군부대 창설·정비 과정에서 소유자 확인이나 경계측량 없이 군당국이 점용한 민간 땅을 말한다.

김씨의 땅처럼 철조망을 친 형태부터 밭이나 임야에 참호를 짓거나, 집안 대대로 내려온 선산 중턱에 벙커가 만들어진 사례도 있었다. (1월12일자 6면 보도)

인천 군·구별 무단점유 사유지는 서구가 98만㎡(147개 필지·113억원)로 가장 많았고, 접경 지역인 옹진군(344개 필지 95만㎡·7억원)과 강화군(424개 필지 23만㎡·43억원)이 뒤를 이었다.

또 계양구 5만㎡(106개 필지·35억원), 중구 3.6만㎡(14개 필지·167억원), 남동구 2만㎡(3개 필지·6억5천만원), 미추홀구 5천㎡(7개 필지·2억8천만원), 연수구 2천㎡(10개 필지·5억원) 등이었다.

국방부도 사유지를 무단점유하면서 발생하는 재산권 침해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 2019년부터 매입과 임차, 반환 절차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에 군당국의 무단점유 사유지 사례가 워낙 많고, 뒤늦게 추가로 발견된 땅도 있어 이런 조치가 더딘 상태다. 또 땅주인이 직접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신청, 심의를 받아야 해 절차가 번거롭다.

국방부가 2019년 전국에서 2천155만㎡로 파악했던 무단점유 사유지는 현재 2천600만㎡로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인천의 무단점유 사유지 역시 115만㎡에서 227만3천㎡로 2배 가량 증가했다.

국방시설본부는 올해 13억원을 투입해 인천 내 무단점유 사유지 5만984㎡를 매입할 계획이다. 또 예산 2천900만원을 들여 강화·옹진군, 서구 등에 있는 5만4천500㎡ 규모 무단점유 사유지를 합당한 비용을 내고 빌릴 계획이다.

국방시설본부 관계자는 “군의 적법한 토지 사용과 국민 재산권 침해 해소를 위해 토지소유자에게 무단점유 사실을 선제적으로 안내하고 매입·임차·반환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배준영 국회의원은 “군당국의 무단점유 사유지 문제는 남북 대치 상황에서 비롯된 50여년 안보 우선주의의 산물”이라며 “변화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군당국과 주민 사이의 합리적 합의를 바탕으로 조속한 문제 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