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수요 노린 공인중개사, 개인정보로 계약서 위조
미추홀구 부동산 투자 사기 60억 규모로 확대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수십억 원대의 부동산 투자 사기 사건(5월12일자 6면 보도)을 주도한 공인중개사가 자신에게 중개를 맡긴 고객들의 개인정보까지 이용해 투자금을 모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주로 인천도시공사가 추진 중인 ‘제물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원주민들의 이주 수요를 노리고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 “매물 선점해 차액 남기자” 회유, 4개월간 20억원 빼돌려
인천미추홀경찰서는 미추홀구 도화동 일대에서 벌어진 부동산 투자 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공인중개사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14일 밝혔다. 피해자 10명은 A씨를 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경인일보가 단독 입수한 고소장을 보면, A씨는 도화동 일대에서 추진 중인 공공주택 복합사업 지역의 원주민들이 인근 동네로 이주하려는 수요를 노리고 피해자들에게 투자금을 받아 주변 빌라·아파트 등 매물을 미리 사들였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원주민들이 이주하려는 동네의 매물들을 매수한 뒤 이주민에게 매매하면 차익이 생긴다”며 “내가 매물을 매수할 때 필요한 대금 일부를 투자하면 차액의 절반을 수익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회유했다.
그는 투자금을 주면 두 달 안에 매수인으로부터 매매대금을 받아 “원금은 무조건 안전하게 보장하겠다”며 투자금을 모았다. A씨는 지난 1~4월에 피해자 10명으로부터 총 83회에 걸쳐 투자금을 받아 가로챘다. 피해자 B씨는 1월12일부터 4월10일까지 23회에 걸쳐 A씨에게 9억6천5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 피해자들은 A씨가 지난 2022년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투자를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들에게 투자금과 함께 수천만원의 수익금을 돌려주다가 올해 1월부터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지난달 말에는 잠적했다. 고소장을 낸 피해자들이 현재까지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금액은 20억4천만원에 달한다.
■ 중개 의뢰한 고객들 ‘개인정보’ 활용해 ‘계약서 위조’까지
A씨는 전문적인 부동산 지식을 갖춘 공인중개사라는 신분을 앞세워 피해자들을 속였다. 심지어 과거 자신에게 매매·임대차계약 등 부동산 중개를 의뢰했던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사기 행각에 악용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에게 투자금을 건넨 피해자들의 주소지와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활용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뒤, 이를 다른 피해자들에게 실제로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처럼 제시해 투자금을 받았다. 지난달 A씨가 피해자 B씨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송한 매매계약서에는 또 다른 피해자 C씨가 매도인으로 기재돼 있었다. C씨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C씨는 자신과 남편이 공동소유한 아파트의 전세 매물을 20년 전부터 A씨에게 맡겨왔다. 다른 허위 매매계약서에는 피해자 D씨가 매수인으로 기재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은 “A씨는 부동산 정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공인중개사라는 지위를 악용해 피해자들을 기망했다”며 “일부 변제 약속을 지킨 것은 더 많은 투자금을 받기 위해서나, 다른 피해자들에게 받은 돈을 기존의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돌려막기 수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번 고소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을 합치면 피해자는 50여명, 액수로는 60억~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E씨는 “‘A씨에게 투자해 수익을 얻었다’는 이웃 주민들의 말에 솔깃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전 재산 5천만원을 모두 투자했다”며 “변호사를 선임할 돈도 없어 고소인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A씨의 소재 파악과 출국 금지, 체포·구속 등을 통해 도주 및 증거 인멸을 막아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A씨를 도와 중개보조인으로 일한 그의 남편은 “A씨가 홀로 벌인 사기 행각이고, 관련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A씨의 행방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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