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치고 ‘국민펀드’ 하나 없는 경우가 없다. 과거 이명박정부 녹색성장펀드부터 박근혜정부 통일펀드, 문재인정부 뉴딜펀드에 이어 윤석열정부 때는 혁신성장펀드가 있었다. 이름마다 당시 정부의 핵심 어젠다가 담겨 있다. 하지만 2009년 기세 좋게 출발했던 녹색성장펀드는 ‘MB가 가면 녹색도 간다’는 말처럼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14년 “통일은 대박” 발언 이후 탄생한 통일펀드 역시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 뉴딜펀드와 혁신성장펀드는 조달 금액의 절반도 투자하지 못하면서 ‘용두사미’가 됐다. 정권이 바뀌면 이름이 달라지거나 투자자의 대거 이탈이 반복됐다. 소위 관제펀드들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이재명 정부도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를 들고 나왔다.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해 얻은 경제 성장의 과실을 국민과 함께 나누겠다는 취지다. 오는 22일부터 6월 11일까지 3주간 판매된다. 정부가 반도체·AI·바이오·방산·로봇 등 12개 산업에 5년간 150조원 투자하는 공모펀드다. 올해만 30조원을 쏟아붓는다. 세제 혜택은 ‘역대급’이다. 투자일로부터 5년 동안 2억원 한도까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3천만원 이하 투자분에는 투자금액의 40%를 공제받는다. 예금 금리가 맥을 못 추고 부동산도 안갯속이니 관심을 가질 법하다.
다만 여기서 냉정할 필요가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환매금지형 구조로, 만기 5년간 중도 환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거래소 상장이 예정돼 있다고는 하지만, 유동성이 낮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 매매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한 가지 더 챙겨 봐야 할 조항이 있다. 투자 후 3년 이내 양도하면 그간 감면받은 세액 상당액이 추징될 수 있다. 절세 매력에 이끌려 들어갔다가 뜻밖에 발목이 잡힐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20% 손실을 앞에서 방어해준다 해도, 첨단산업 특유의 변동성이 완충막을 넘어설 수 있다는 ‘만약’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투자는 전적으로 투자자의 책임이다. 너무 당연한 명제라서 오히려 흘려듣기 쉽다. 여유자금인지, 5년 동안 묻어둘 수 있는지, 세제 혜택이 내 소득 구간에서 실제로 유효한지, 세 가지 물음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후에 가입 서명을 해도 늦지 않다. 정책의 선의가 곧 좋은 투자처를 보증하지 않는다. 역대 정부의 숱한 ‘관제펀드’가 남긴 값비싼 교훈이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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