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스스로 운전해도 음주 면죄부는 없어
‘사용 여부’ 처벌에 영향 없어
법원, 감경 사유 고려하지 않아
레벨4 상용화 전 法 정비 필요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 자율주행 모드로 심야 도로를 달리던 만취 운전자(5월14일자 7면 보도)가 경찰에 붙잡히면서 자율주행 시대의 음주운전 책임 기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행법상 자율주행 기능 사용 여부는 음주운전 처벌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머지않은 완전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관련 법적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담은 도로교통법 제44조는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상태의 운전을 금지한다. 같은 법 제148조의2는 0.08% 이상 0.2% 미만일 경우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전날 자율주행 모드를 켠 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30대 남성 A씨 역시 이 규정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는 수원 영통중심상가 공영주차장에서 수인분당선 청명역 인근까지 테슬라 모델3를 몰았고 검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인 0.08%를 훌쩍 넘었다.
14일 경찰 관계자는 “자율주행 여부는 참고 사항일 뿐이고 설령 자율주행을 했다 하더라도 음주운전 처벌은 똑같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를 소환하는 한편 해당 차량의 기능 활성화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0부터 레벨5까지 구분된다. 테슬라 차량의 경우 ‘오토파일럿’과 ‘FSD’(Full Self Driving·완전자율주행 표방)로 나뉘는데 모두 레벨2 수준이다. 오토파일럿은 주행 보조에 그치고, FSD는 시내 도로 주행·신호 인식 등 향상된 기능을 제공하지만 사고 시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는 등 ‘감독형’ 방식으로 설계해 완전한 자율주행과는 거리가 멀다.
자율주행 중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건에서 법원은 기술 사용을 감경 사유로 고려하지 않았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2021년 테슬라 자율주행 기능을 켠 채 46㎞를 달린 피고인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며 서울남부지법도 2020년 자율주행 도중 사고를 낸 사건에서 벌금형을 내렸다.
그렇다면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달라질까. 레벨4 이상에서는 인간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주행하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에 관련 규정이 없어 탑승자를 ‘운전자’로 볼 수 있는지 자체가 불분명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레벨4 상용화 전 운전자 개념 재정의와 법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짚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레벨4 완전자율주행은 이르면 2029~2030년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가 되면 차가 알아서 탑승자를 이동시키는 것이어서 음주운전 조건 자체가 달라진다”며 “음주운전 기준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완전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해외 선진사례를 참고한 법적 연구와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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