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두 시간 넘게 걸려… 아이 간수치 악화”

뇌병변 장애아 키우는 부모, 치료 막막함 호소

현행 의료기사법 ‘의사 지도 아래’ 치료 규정

의료기관내로 제한 의미… 개정안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돌발 사고’ 우려에 법안 심사 제외

“재활은 일상적 필요… 치료 포기 방치 안돼”

119구급대가 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경인일보DB
119구급대가 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경인일보DB

시흥시에서 뇌병변 장애를 앓는 자녀를 키우고 있는 조모(52)씨는 “몇 년 전 아이의 재활치료를 포기했다”고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까지 다녀올 때마다 두 시간이 넘게 걸리다 보니,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자녀의 간 수치가 크게 오른 탓이었다. 조 씨는 “이대로는 큰일이 나겠다 싶어 병원에 가는 것을 그만뒀지만, 근육 상태가 나빠지는 모습을 보니 막막하다”며 “몸을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은 재활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면 근육이 뒤틀린다. 아이가 이제는 앉는 것조차 버거워 한다”고 토로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병원에 가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재가 치료를 가능케 하는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의료기사법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의료기사는 의사의 ‘지도 아래’ 환자를 치료하도록 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지도는 통상 병원 등 의료기관 안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직접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런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말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의사의 ‘지도 아래’라는 문구를 ‘지도 및 처방·의뢰에 따라’로 바꿔 병원 밖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의사가 처방을 내린 경우 물리치료사나 작업치료사가 재택 치료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변화는 무산됐다.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돌발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다는 의료계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9년에도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비슷한 이유로 개정이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병원에 가지 못해 재활이나 치료를 포기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이나 와상 환자에게 재활은 병원에서 한 두번 받아서 끝날 일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며 “재활은 병원 중심으로 한 의료 행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집은 물론 학교와 직장 등 일상 공간에서도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