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버스 환승 등 과거 지선의 유산
이중족쇄 해법 두고 정책 경쟁 이뤄져야
관리형 행정 그친다면 도시 미래 못 바꿔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끝나고 곧 공식선거운동을 앞두고 있지만 핵심 의제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과 유권자 다수의 삶에 영향을 미칠 만한, 논쟁적인 의제를 들고 나온 후보와 정당이 없다. ‘바람’ ‘구도’ 아니면 ‘인물평’에 치우친 정치평론만 난무하고 핵심 의제는 좀체 드러나지 않는다. 인천시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이면서도 유권자가 이해하기 쉬운, ‘그랜드 비전’을 들고 나온 후보가 없다. 판세가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후보는 정책 토론을 피해 다니고, 불리한 전세를 뒤집으려는 후보는 말꼬리 잡기에만 열중한다.
이렇게 후보들이 ‘아웃복싱’ ‘곁가지 싸움’으로 일관한다면 그 피해는 유권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선거가 원래 그런 것 아니겠냐고’ 봐 넘기고 싶지 않다. 후보와 정당의 실력·의지에 달린 일이다. 선거 캠페인이 시민 삶의 변화를 이끈 사례는 이미 우리 앞에 충분히 쌓여 있다.
지방선거는 ‘뉴 노멀’을 찾아 정책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 캠페인’이 그랬다. 당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했지만 번번이 도의회 문턱을 넘기지 못해 표류하던 무상급식 정책을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지방선거 의제로 전면에 내세워 유권자 다수의 공감을 얻었다. 물론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재벌가 자녀에게까지 밥을 공짜로 줘야 하느냐’며 선별복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부터 지방교육재정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를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며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맞섰다.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터져 나왔고 접점을 찾아가는 길이 열렸다.
선거의 순기능이 작용한 것이다. 무상급식 캠페인은 ‘선별복지’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보편복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탐색하는 계기가 됐다. 무상교육, 무상교복, 무상보육 등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건 2010년 지방선거가 남긴 유산이다.
무상급식이 진보 계열의 정치 기획이었다면 ‘대중교통 환승 할인’은 보수 계열 후보가 끄집어낸 생활 공약을 통해 추진이 본격화됐다. 2002년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대중교통 체계 전면 개편’을 핵심 공약으로 삼았는데 ‘실현 불가능한 졸속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상대 후보의 반대 논리는 ‘포퓰리즘’ ‘재정부담’이었다. 하지만 이 공약은 시민 교통 부담을 완화하면서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성과를 내며 수도권 시민의 버스·지하철 이용 패턴을 바꿨다. 선거 이후 서울시는 거리비례에 따른 대중교통 무료환승, 지선·간선버스 이원화,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도입 등을 계획대로 시행했고 이 정책은 인천시와 경기도까지 확산돼 정착됐다. ‘수도권 대중교통 혁명’이 시작된 건 2002년 지방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상급식은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기획으로 파급력이 폭발적이었다. 대중교통 환승 할인은 서울에서 본격화됐지만 ‘수도권 생활권’으로 묶인 인천·경기 지역까지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이 외에도 청년수당, 지역화폐 등의 공약이 지방선거를 통해 유권자가 삶의 변화를 체감하게 했다. 그렇다면 6·3 지방선거 기간 인천 선거판의 핵심 의제는 뭐가 돼야 할까.
인천은 도시 발전을 곧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끌 수 있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대도시 중 하나다. 또 서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마주하고 있으면서 접경지역을 품은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어 ‘동아시아 외교’ ‘남북관계’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와 ‘지방 우선 정책’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 하게 됐다. 이 같은 이중족쇄를 풀어낼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인지를 두고 이번 선거에서 정책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정치인의 실력을 가르는 기준은 ‘인지도’나 ‘경륜’이 아닌 당대의 문제점을 파고드는 ‘상상력’과 ‘도전 정신’에서 나온다. 쟁점을 만들지 않고 ‘관리형 행정’에 그치는 정치는 도시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