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에는 대규모 전세사기가 휩쓴 상흔이 남아 있다. 피해자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고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던 전세 제도에 균열이 생겼다. 특히 안전한 거래를 도와야 할 공인중개사들이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줬다.
최근 미추홀구에서 또다시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계약에 대한 전문적 지식,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에 대한 신뢰를 이용해 부동산 투자 사기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범행을 저지른 공인중개사는 미추홀구 도화동 일대에서 추진 중인 제물포역 공공주택 공급사업 부지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인근 동네로 이주하려는 수요를 노려 사기를 벌였다. 그는 인근 동네의 매물을 먼저 매수해 원주민들에게 시세보다 가격을 부풀려 팔아 차액을 남길테니, 매수 대금을 먼저 투자하라며 투자를 권유했다. 이러한 수법으로 2022년부터 수차례 투자금을 받은 공인중개사는 4월 말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피해자는 50여명, 피해 규모는 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공인중개사에게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중 일부는 그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본인의 피해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제물포역 공공주택 공급사업 부지에 살던 원주민들이다. 실제로 이 공인중개사가 본인이 매물을 먼저 매수한 뒤, 이를 시세보다 부풀려 팔았다면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해당 공인중개사의 범행은 갈수록 대담해졌다. 본인에게 매물 중개를 의뢰한 고객의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로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에게 위조된 매매계약서를 제시하면서 투자를 유도한 것이다.
공인중개사는 단순히 집을 소개하는 사람이 아니다. 거래 과정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쥐고 있고, 일반 시민보다 부동산 구조와 계약 절차를 훨씬 잘 아는 전문가다. 그래서 시민들은 공인중개사의 설명과 판단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미추홀구에서 또다시 벌어진 공인중개사의 사기 행각은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할 때다.
/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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