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벽제시립묘지서 개토제… 유해 발굴 재착수

진실화해위 “상고 포기 회유·암매장” 국가 책임 인정

기림비·추모관 조성 등 후속 명예회복 조치는 지연

유족들 “하루빨리 유해 찾아 억울함 풀어야”

실미유원지에서 바라본 실미도. /경인일보DB
실미유원지에서 바라본 실미도. /경인일보DB

1971년 당시 공군본부의 ‘상고 포기’ 회유로 사형이 집행된 실미도 부대 공작원 4명의 유해를 찾으려는 노력이 1년 반 만에 재개된다. 유해 발굴이 늦어지는 사이, 공작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방부는 18일 경기 고양시 벽제시립묘지에서 실미도 부대 공작원 4명의 유해 발굴을 기원하는 개토제를 진행했다. 국방부는 2024년 10월에도 이 인근에서 개토제를 개최하고 발굴 작업에 나섰는데, 결국 유해를 찾지 못한 채 중단됐다. 1년 반 만에 다시 매장 지역을 추정해 개토제를 연 것이다.

1971년 8월23일 인천 실미도에서 훈련을 받다가 탈출한 북파 부대원 사건을 보도한 당시 연합신문(현 경인일보) 기사. 이들은 군경과 총격전 끝에 대부분 숨지고 4명은 사형당했다. /경인일보DB
1971년 8월23일 인천 실미도에서 훈련을 받다가 탈출한 북파 부대원 사건을 보도한 당시 연합신문(현 경인일보) 기사. 이들은 군경과 총격전 끝에 대부분 숨지고 4명은 사형당했다. /경인일보DB

실미도 사건은 국가가 북한 침투 작전을 목표로 1968년 4월 인천 실미도에 조직한 군부대에서 훈련 받아온 공작원들이 1971년 8월 공군 기간병 18명을 살해한 뒤 탈출한 사건이다. 실미도 탈출 당일 서울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공작원 20명이 사망했고, 살아남은 4명은 군법회의를 거쳐 1972년 3월 사형당했다. 동명의 영화로 대중에게 익숙한 사건이기도 하다.

이 사건을 조사한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당시 공군 측이 민간인을 기망해 공작원으로 불법 모집하고, 사건 이후에는 실미도 부대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살아남은 공작원 4명에게 ‘대법원 상고 포기’를 회유했다고 봤다. 시신을 가족에게 인도하지 않고 암매장한 부분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22년 11월 국방부에 ▲인권침해 사실에 대한 국가 사과 ▲유해 발굴 ▲명예 회복 조치 등을 권고했다.

유족들은 2024년 개토제로 유해 발굴과 공작원 명예 회복이 이뤄지길 기대(2024년 11월27일자 1·3면 보도)했다. 하지만 암매장 장소로 추정됐던 곳에서 유해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기림비 설치 등 예산 확보도 늦어지고 있다. 유족들은 지금은 개인 땅인 실미도 부대 부지 대신 정부가 용유도 내 공군 소유 땅에 추모관을 지을 것으로 얘기를 들었지만, 이 또한 언제 실현될지 장담할 수 없다.

진실 드러난 실미도, 공작원 명예는 아직도 묻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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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yeongin.com/article/1720056

올해 국방부가 공작원 유해가 묻혔을 것으로 새로 추정한 지역은 이날 개토제가 열린 벽제시립묘지 5-2구역을 비롯해 서울 구로구 오류동 옛 공군 정보부대 터,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내 팔각정 일대 등 세 곳이다. 오는 22일까지 벽제시립묘지에서 발굴 작업을 하고, 이곳에서 유해를 발견하지 못하면 다른 추정지로 옮겨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유족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 중 지켜진 것은 당시 개토제에서 있었던 국방부 장관 명의의 사과 하나뿐이다.

살아남은 공작원 중 한 명인 고(故) 임성빈씨 동생 임충빈 실미도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수년째 시도에도 유해를 찾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이대로는 추모 시설도 언제 완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여전히 사용되는 ‘사형수’라는 표현도 우리에겐 가슴 아픈 일이다. 하루빨리 유해를 찾아 명예 회복 등 모든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