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2명·기초 28명 무투표… 역대 인천 지선 최다 기록
부평구서 집중 발생… 일부 지역 유권자 투표권 사실상 박탈
정치 신인 20명, 검증 없이 지방의회 입성 논란
전문가 “중대선거구 확대만으론 한계… 다당제 필요”
6·3 지방선거에서 역대 인천 지방선거 가운데 가장 많은 광역·기초의원 무투표 당선자가 나오면서 ‘투표 없는 민주주의’가 심화하고 있다.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유권자의 선택 없이 지방의회에 무혈입성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 지역 무투표 당선자는 30명으로 집계(5월18일자 3면 보도)됐다. 광역의원 2명, 지역구 기초의원 19명, 비례대표 기초의원 9명이다.
인천 부평구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대거 배출됐다. 1명을 선출하는 광역의원에는 선거에 처음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박흥석 후보와 기초의원 4선과 광역의원 재선의 박종혁 후보가 무투표 당선됐다. 기초의원의 경우, 부평구 6개 선거구 중 가·나·다·마·바 5개 선거구에서 각각 2~3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이 가운데 2인 선거구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3인 선거구는 민주당 2명과 국민의힘 1명이 투표 없이 당선자가 됐다. 특히 부평구 선거구 3곳에서는 처음으로 ‘3인 선거구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부평 기초의회 선거구 중 유일하게 선거를 치르는 라선거구(2인 선거구)는 조국혁신당 후보가 출마하면서 민주당, 국민의힘 등 후보 3명이 경쟁한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선거구가 겹치는 부평구 갈산1동, 갈산2동, 삼산1동, 삼산2동, 부개2동, 부개3동에 사는 유권자들은 자신의 손으로 광역·기초의원을 뽑을 수 없게 됐다. 부평구의 한 지역 정가 인사는 “국민의힘에서 일부 광역의원 선거구 후보를 구하지 못하고, ‘나’번 기호 기초의원으로 공천된 출마 희망자 일부가 최종 후보 등록을 하지 않으면서 무투표 당선이 속출했다”고 말했다.
인천 지방선거 후보자 캠프에 참여한 한 정치권 인사는 “무투표 당선자 30명 중 무려 20명이 선거에 처음 출마하는 정치 신인인데, 선거 과정을 통한 유권자의 검증 없이 지방의회에 진출하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역대 인천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제6회 지선에서 광역의원 1명, 지역구 기초의원 2명, 비례대표 기초의원 3명 등 6명이 나왔다. 2018년 제7회 지선에서는 무투표 당선자가 없었으나, 가장 최근 선거인 제8회 지선에서 광역 1명, 기초 20명 등으로 급증했다.
다만 제8회 지선 당시 무투표 당선자는 모두 2인 선거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명씩만 후보를 내보내 당선된 경우였다.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2인 선거구에서 거대 양당이 한 명씩만 후보를 내 선거를 사실상 무산시키는 무투표 당선이 늘면서, 이번 지선을 앞두고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촉발되기도 했다. 3명 이상을 선출하게 되면 다른 정당도 후보를 내보내 양당의 독점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중대선거구제의 취지다.
그러나 3인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대거 나오면서, 현행 중대선거구제 역시 제도적으로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선거구에서 정당이 낼 수 있는 후보의 숫자가 제한돼 있지 않기 때문에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한 정당이 선거구를 독식할 수 있다는 맹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 정치개별특별위원회가 선거구 획정과 의원 정수를 확정할 당시 소수 정당을 중심으로 중대선거구제 확대와 함께 복수 공천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 지역 무투표 당선에 대한 연구 논문을 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3인 이상 선거구에서는 무투표 당선자가 나올 확률이 낮아지지만, 중대선거구제 확대만으로는 무투표 당선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다당제 실현을 통해 제3, 제4 정당의 지방의회 진입을 활성화할 방안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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