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사랑 아니고… 내면 들여다본 백조

더 깊이 보인다, 인간의 심리와 균열

 

세계적 안무가 장 마이요 전국투어 화성서 시작

차이콥스키 음악 배경 ‘감정의 어두운 층위 탐색’

발레의 현재·미래 동시에 목격한 듯 묵직한 여운

고전 발레의 대명사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가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한국 관객과 만났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백조의 호수(LAC)’는 익숙한 동화적 서사를 벗어나 인간의 내면과 관계의 균열을 깊이 파고들며, 고전 발레가 지닌 표현의 경계를 한층 확장한 무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13일 오후 7시30분 화성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국내 초연이자 전국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첫 무대였다. 공연 전부터 세계적인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무용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백조의 호수(LAC)’이 지난 13일 화성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고 있다. 2026.5.13 /몬테카를로발레단 제공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백조의 호수(LAC)’이 지난 13일 화성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고 있다. 2026.5.13 /몬테카를로발레단 제공

막이 오르자 익히 알고 있던 백조의 호수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유지됐지만, 서사는 왕자와 백조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에서 벗어나 인간 심리의 어두운 층위를 탐색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됐다. 작품은 어린 시절의 상처와 가족 간 갈등,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현대 심리극에 가까운 긴장감을 형성했다.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마이요 특유의 안무 언어였다. 화려한 기교를 내세우기보다 무용수의 호흡과 시선, 몸짓의 결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며 서사를 구축했다. 절제된 군무는 차갑고도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했고, 인물 간 감정의 변화는 유려한 동선과 섬세한 신체 언어로 표현돼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움직임 자체가 하나의 대사처럼 기능하며 작품 전반의 긴장감을 이끌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인 최초 수석무용수 안재용의 존재감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세계적인 무용수들 사이에서도 안정적인 표현력과 섬세한 감정선으로 작품의 중심을 받쳐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백조의 호수(LAC)’이 지난 13일 화성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고 있다. 2026.5.13 화성/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백조의 호수(LAC)’이 지난 13일 화성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고 있다. 2026.5.13 화성/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

이번 공연은 단순한 고전 재현에 머물지 않았다. 익숙함을 해체하고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한 백조의 호수(LAC)는 오늘 날 발레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무대였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묵직한 여운 속에서 발레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목격했다.

1985년 창단된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고전 발레의 전통 위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하며 세계 무용계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단체다. 특히 1993년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마이요는 고전을 현대 언어로 재해석하는 신고전주의 발레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화성시문화관광재단은 오는 6월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의 ‘한여름 밤의 꿈’을 선보이며 세계적 수준의 무용 공연 유치를 이어갈 예정이다.

화성/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