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대호황 ‘증시 정치학’ 시대

공약 아닌 ‘자산 안녕 평가’ 인식

‘핵심 스윙보터’ 2030·중장년 개미

판세 결정짓는 강력한 이정표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 소장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 소장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전례 없는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으로서 지역 개발 공약과 회고적 정권 평가 성격이 강했으나 이번 선거는 거시 경제 지표, 특히 ‘코스피(KOSPI) 주가 지수’의 사상 초유의 흐름에 의해 송두리째 흔들리는 양상이다.

최근 썸트렌드(SomeTrend)가 도출한 빅데이터 연관어 분석(5월1~14일) 결과는 이 같은 현상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정치 영역의 핵심인 ‘지방선거’와 자산 시장의 지표인 ‘코스피’가 독립된 거대 담론에 머물지 않고 ‘삼성’, ‘반도체’, ‘주식’, ‘시장’, ‘선거’라는 강력한 교량 어휘들을 통해 톱니바퀴처럼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시장의 대호황이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을 결정짓는 이른바 ‘증시 정치학’의 시대가 전면화되었다.

최근의 증시 급등은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 핵심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지수 상승 속도를 완전히 견인하는 구조적 실적 장세다. 빅데이터 연관어에서 ‘코스피’의 핵심 주변부 어휘로 ‘실적’, ‘흐름’, ‘외국인’, ‘매수’가 상위를 차지한 것은 시장의 전례 없는 건강성을 방증한다.

실제로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를 전년 대비 약 3배 증가한 919조 원 수준으로 내다보며, 연내 코스피 목표지수를 최고 10,500포인트까지 대폭 상향 조정하고 있다. 주가 지수의 변동은 단순한 경제 지표의 변화를 넘어 유권자들이 지닌 심리와 표심을 흔드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주가의 상승은 주식을 보유한 국민 개개인의 자산 가치를 증대시켜 긍정적인 ‘자산 효과(Wealth Effect)’를 유발한다. 지갑이 두둑해진 유권자들은 거시 경제 정책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한 지지로 수렴된다.

반면, 주가가 폭락할 경우 자산 감소에 따른 직접적인 손실 고통이 정부의 경제 무능론으로 이어져 정권 심판론에 강력한 불을 지피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핵심 유권자층은 바로 ‘주식 소유 유권자층(Stock-owning Electorate)’,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이다. 과거 부동산이 자산 형성의 유일한 통로였던 시대와 달리, 최근 수년간 국민 5명 중 1명이 주식 및 가상자산에 투자할 정도로 자산 시장의 축이 이동했다. 빅데이터상에서 ‘지방선거’와 ‘코스피’를 잇는 다리가 ‘주식’, ‘반도체’, ‘삼성’으로 나타난 것은 국민들이 이번 선거를 단순한 지자체장 선출이 아닌 ‘내 자산의 안녕’과 수출 기둥인 ‘반도체 경기’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무대로 인식하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이 흐름 속에서 주가 추이에 따라 투표 성격이 가장 역동적으로 달라지는 계층은 2030 세대 및 중장년층 개미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특정 정당에 대한 고착된 이념적 충성도가 낮고, 실리적 이익을 극도로 중시하는 ‘스윙 보터(Swing Voter)’ 세대다.

부동산 진입 장벽에 가로막혀 주식 시장을 통해 자산 형성을 도모해 온 2030 세대에게 코스피 8000 돌파는 삶의 안정성과 미래 기대감을 제공하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따라서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탈 때 이들은 ‘안정적인 자산 시장 유지’를 위해 여당으로 결집하는 반면, 증시가 침체될 경우 가장 먼저 이반하여 야당의 강력한 지지대로 돌아서는 가변성을 지닌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코스피 8000 돌파라는 유례없는 호황은 이번 6·3 지방선거의 판세를 결정짓는 강력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나타난 정당 지형을 보면 ‘지방선거’ 키워드에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으나, ‘코스피 대호황’이라는 거대한 훈풍이 선거판 전체를 지배하면서 정당 간의 역학 구도에 결정적인 명암을 가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지방선거를 결정한다는 분석이 과장(誇張)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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