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2.31 가동 기한’ 노조 공문
광학필름 생산 수원 산업사 한 축
소음·악취 민원 주민과 잇단 충돌
이전 불가피 현실 속 “세부 협의”
SK그룹의 고향인 수원에서 SK 흔적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선경화학에서 출발한 마이크로웍스가 수원 사업장 생산설비 가동 중단을 검토해 지역민들 사이에선 수원에서 또 하나의 SK 역사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나온다.
19일 마이크로웍스 등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노동조합에 ‘수원사업장 운영 관련 결정 사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달하고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소재 수원사업장의 운영 중단 계획을 안내했다. 해당 문건에는 ‘수원사업장 생산설비 전면 가동 중단’, ‘가동 기한 2026년 12월31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마이크로웍스 수원사업장은 지난 1978년 SK그룹의 전신 중 하나인 선경화학 필름공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1987년 SKC로 사명을 바꾼 뒤 광학필름과 화학 소재 등을 생산하며 북수원 산업 기반을 상징하는 공장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때 SK케미칼 등 SK 계열 제조업 공장들이 자리했던 장안구 일대는 수원을 대표하는 산업 축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 팽창과 함께 공장을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다. 2013년 공장 인근 옛 SK케미칼 부지에 3천500세대 규모의 ‘수원SK스카이뷰’가 들어서면서 공장과 주거지 간 충돌이 본격화됐다.
주민들은 소음과 악취 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공장 이전을 요구했고 지역 정치권에서도 이전 문제가 반복적으로 거론됐다.
이후 2024년 공장 주변으로 2천600세대 규모의 ‘북수원자이렉스비아’가 들어선 데 이어 오는 2027년 추가 대단지 아파트 입주까지 예정되면서 민원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수원시에 따르면 관련 민원은 2010년대 이후 꾸준히 이어졌고 주민들과 SKC는 2017년 경기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절차까지 진행했다. 이후 회사 측은 방음벽 설치와 소음 저감 조치 등을 시행하며 대응해왔지만 갈등은 장기화됐다.
그러던 중 2022년 SK마이크로웍스는 SKC에서 분리 재편됐고, 이듬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인수됐다. 지난해 말에는 사명에서도 ‘SK’를 떼고 ‘마이크로웍스’로 변경하며 독립 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다만 지역사회에서는 여전히 해당 사업장을 ‘SK 화학공장’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한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수원 산업사의 한 축이 사라진다는 아쉬움과 도심 공장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교차하고 있다.
정자동에서 30년 가까이 거주한 정성호(65)씨는 “예전에는 외곽 공장이었는데 지금은 아파트에 둘러싸인 도심 한가운데가 됐다”며 “수십년간 몇 차례 사고도 있었고, 화학 관련 시설인 만큼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주민들도 많아 이전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약 25년간 SKC에서 근무했다는 원영호(80)씨는 “옛날에는 수원을 대표하는 기업 하면 SK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이전이 현실화되면 수원에서 또 하나의 SK 역사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편 마이크로웍스 측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는 운영 방향 검토 단계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로웍스 관계자는 “수원 공장 운영 중단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세부적인 일정 등은 아직 협의 중”이라며 “주민 민원과 주변 개발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함께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