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란 말을 타고 전장에 나서는 일이다

김남준 지역구 후원회장까지 맡은 송영길

초선의 심정으로 뛰겠다더니 어폐 아닌가

이충환 언론학 박사·객원논설위원
이충환 언론학 박사·객원논설위원

이달 초 지역일간지의 기사다. 처음엔 이게 뭔 소린가 했다. ‘다음달 3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인천 연수갑 지역구에 출마하는 송영길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자신의 옛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공천을 받은 김남준 국회의원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두 후보는 (4월)30일 연수갑 선거사무소에서 후원회장 위촉식을 열고 송 전 대표를 김 후보의 후원회장으로 공식 추대했다’.

송과 김, 두 후보의 상호 화답은 거의 미담에 가깝다. 지역구를 놓고서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던 때와는 영 딴판이다. 아무리 절친이라도 피투성이, 만신창이가 되는 게 상례인 정치판에서는 이례적이다. 송 후보는 ‘계양은 민주당의 핵심 기반’이라면서 ‘그동안 완수하지 못한 과제와 이재명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과제를 김 후보를 통해 이어가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송 전 대표께 직접 연락드려 그간의 노고에 대한 송구한 마음을 전했다’며 ‘후원회장을 맡아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 요청드렸다’고 했다.

이로써 계양을에서 무려 5선을 한 송 후보의 지역 자산을 이재명 대통령의 ‘심복’이기는 하나 선출직 도전은 처음인 김 후보가 원형 훼손 없이 물려받을 수 있게 됐다. 현직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구에 투입된 소위 ‘명픽’ 후보로서 상징성과 조직력을 동시에 갖추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기사가 전하는 내용들이 도대체 마뜩잖다. 결코 미담으로도 들리지 않는다. 이래도 되나 싶다. 민주당이 송 후보를 ‘전략공천’한 인천 연수갑 지역구의 유권자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선거운동 기간 후보들은 저마다 필사의 각오로 뛴다. 비전과 구상, 헌신과 보답의 의지를 유권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선명하게 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굳이 ‘뛴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다. 걷기만 해도 당선이 확실한 후보조차도 열심히 뛴다고 힘주어 말한다. 절대 걷는다고 하지 않는다. 그게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를 대하는 출마자의 기본자세고 예의다. 출마(出馬)의 뜻을 새겨보라. 말을 타고 전장에 나서는 일이다. 전장에선 말을 타고, 죽을 각오로,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고, 그래야 이길 수 있다. 말 타고 느릿느릿 여유 부리면서 걸어가면 화살 맞고 죽는다.

송 후보가 언론에 “초선 의원의 심정으로 뛰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뜻으로 읽혀야 한다. 그런데 자기 지역구에서 필사의 각오를 다지고, 전력의 질주를 해야 할 출마자가 같은 선거 다른 지역구 후보의 후원회장직까지 맡는다? 어폐(語弊)가 있는 것 아닌가. 모순이고 자가당착 아닌가. 연수갑쯤은 필사의 각오가 아니더라도, 전력의 질주가 아니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다른 지역구 후보의 후원회장직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나.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찾아보라, 그 자리가 얼마나 무거운지.

한날 실시되는 재보궐선거에서 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가 다른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공식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 김상욱 울산광역시장 후보를 비롯해 지방선거에 뛰어든 십수 명 예비후보들의 후원회장으로 이름을 올린 것과는 결이 다르다. 송 후보가 전직 당 대표로 소개될 때의 일이다. 직접 전장으로 나서기 전의 일이다. 흔한 표현대로 점잖게 사양해야 했다. 그러면 더 세련되게 보였을 것이다. 더 빛이 났을 것이다.

후원회장직 수락에 담겨있는 선의와 복합 의도를 모르지 않는다. 새로 발 들이는 지역구이지만 송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낮춰서 보지도 않는다. 한 지역구에서 20년이나 국회의원 지위를 누렸으니 맹주라 할만하고, 인천광역시장과 제1당의 대표라는 굵직한 직함을 가져봤으니 거물이라 해도 손색없다. 더욱이 경쟁하는 당의 상태가 저리도 지리멸렬인데 굳이 평가절하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크고, 탄식이 더 깊어지는 것이다.

유권자에 대한 태도의 문제고, 지역구민에 대한 진정성의 문제다. 행여나 연수갑 주민들이 오만하지 않냐고 호통치면 그땐 어쩔 건가. 민심(民心)엔 닻줄이란 게 없는데.

/이충환 언론학 박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