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는 일상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개인의 이익 추구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낳는다는 말도 있다. 빵집 주인이 빵을 만드는 것은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기 위함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다만 주인은 맛있는 빵을 더욱 싼 가격에 팔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얻을 수 있고, 기술 혁신이 일어나 사회 전체 이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만 이 주장이 성립하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경쟁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대체할 선택지나 경쟁자가 없다면 굳이 질 좋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할 이유가 사라진다. 독점의 문제다.
과천 지식정보타운에 입주한 기업들은 비슷한 IT 산업 집적지인 판교보다 4배가량 높은 냉방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두 지역의 차이는 지역 냉방을 공공 혹은 민간이 공급하느냐에 따라 갈렸다.
경쟁 시장이라면 냉방 가격을 높게 책정한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식정보타운 입주자들은 다른 선택지를 찾을 수 없다. 지역 냉방 사업자는 택지 개발 과정에서 한 곳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과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지역 냉난방을 공급하는 에너지 기업들은 각 지역에서 독점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이 냉방 요금을 자체적으로 책정해 지역마다 크게 차이나는 것을 두고 관계 당국은 “냉방요금 할인은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정부에서 요금 감면을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울뿐더러 시장에 맡기면 해결된다는 태도다.
하지만 이것은 정부가 독점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에너지 기업이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사업자를 선정한 정부기 때문이다. 지역 공공 인프라 사업을 독점해 수익을 얻는다면 최소한의 공적 책임은 지워야 하지 않을까. 이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은 정부의 일이다.
/마주영 사회부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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