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5·18 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식 날에 맞춰 벌인 ‘5/18 탱크데이’ 마케팅 때문이다. 신군부의 광주 점령과 시민 학살에 동원된 계엄군 탱크를 신상 텀블러 상품명으로 차용하고 출시일을 5·18에 맞췄다. 5·18의 역사적 성역을 침범하고 국민적 감수성을 제대로 저격했다. 탱크 텀블러를 책상에 폼나게 올려놓으라는 ‘책상에 탁!’은 직관적으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연상시켰다. 역사적 무지와 천박한 감수성이 빚어낸 마케팅 대참사다.

국민을 억울하게 희생시킨 역사적 사건으로 점철된 현대사를 가진 나라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인식과 해석의 차이로 국민의 역사적 감수성은 민감하다. 역사 인식을 둘러싼 정쟁이 치열하고 여야가 특별한 사건들을 대해 경쟁적으로 역사왜곡금지법을 발의했던 배경이다. 5·18이 특별한 건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합의한 역사적 정의 때문이다.

보수정권인 김영삼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 5·18민주화운동을 역사로 정의했다. 2021년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5·18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특별법 개정 때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5·18 정신을 훼손한다’는 진영 내부와 광주 현지의 문제 제기로 진통을 겪었다. 보수가 선양하고 진보는 진영의 5·18 독점을 경계하면서, 5·18은 일각의 지저분한 시비를 극복하고 국민의 역사로 굳건해졌다.

스타벅스 탱크 이벤트 기획은 50년 가까운 5·18 정명(正名) 과정에 대한 직원의 무지와 경영진의 무관심 탓이다. 스타벅스 대표 해임과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대국민 사과로도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없다. 스타벅스 불매 운동으로 당장 매출 감소는 물론,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스타벅스코리아의 독립경영권을 회수할 빌미가 될까봐 전전긍긍할 처지가 됐다. 엄숙한 역사를 고작 텀블러 판촉 이벤트용 밈으로 격하한 만용 탓이니, 정 회장이 온전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노했다. SNS에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썼다. 20일엔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을까요”라며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7년 전 무신사 광고를 직격했다. 이해하지만 아쉽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시장의 심판을 모면하기 힘들다. 무신사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을 테다. 5·18이 국민통합의 역사적 자산임을 호소하는 묵직한 언어였다면, 대통령의 언어가 더욱 빛났을 것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