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서 ‘같이’ 보려다가… 사기 피해 봤다
여럿이 구독료 나눠 비용 감소 목적
SNS 모집 많아지자 범행 창구로
피해액 ‘커피 한 잔값’ 신고 넘어가
수사·구속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어
OTT 구독료를 여럿이 나눠 내 비용을 줄이는 이른바 ‘분철’ 문화가 사기 범행의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1인당 피해액이 커피 한 잔값 수준에 불과해 신고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이를 악용해 다수를 상대로 반복 범행을 이어가기 쉽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최근 부천에서는 애니메이션 전문 OTT 플랫폼 라프텔 계정 분철을 미끼로 피해자 12명을 속인 20대 여성(5월19일 인터넷 보도)이 구속됐지만 현재도 SNS에는 같은 방식의 분철 모집글이 넘쳐나고 피해 호소글도 잇따르는 실정이다.
20일 X(옛 트위터)에는 OTT 분철 모집글이 하루에만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분철 2명 구해요’, ‘4인팟 탑승하실 분 찾습니다’ 등의 게시물과 함께 ‘티빙 분철 사기·라프텔 분철 사기 상습 사기범’, ‘구매 후 연락 준다고 했는데 이후 잠수’ 등 사기 경고와 하소연이 뒤섞여 있었다.
분철은 OTT 구독료를 여럿이 나눠 내는 방식을 일컫는 온라인 은어다. 넷플릭스가 타 가구와의 계정 공유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면서 상대적으로 공유가 자유로운 플랫폼을 중심으로 분철 문화가 자리 잡았다. 예컨대 월 1만4천900원짜리 라프텔 프리미엄 계정을 4명이 쪼개면 1인당 3천725원의 금액으로 수만 편의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챗GPT·제미나이 등 AI 구독으로도 분철이 번지는 추세다.
문제는 소액으로 다수를 겨냥하는 분철의 특성이 사기 범행에 그대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부천원미경찰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 12명으로부터 송금받은 금액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를 체포해 이틀 뒤 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초부터 연말까지 SNS에 라프텔 계정을 공유해주겠다며 참여자를 모집한 뒤 돈을 받고 잠적하는 수법으로 장기간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A씨는 휴대전화를 정지하고 주소지를 이탈해 도주했으나 경찰이 탐문 수사로 귀가 정황을 포착해 이동 동선을 분석하는 등 잠복을 병행한 끝에 검거했다.
하지만 A씨 사건처럼 수사·구속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1인당 피해액이 많아야 만원대에 불과해 피해자 대부분이 신고 대신 피해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처벌도 사회봉사 등 가벼운 처분에 그치기 일쑤여서 범행 억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X에는 ‘사기꾼이 사회봉사 받고 또 활동 중’이라는 피해자들의 호소글이 잇따르고 있다.
유사 사건에서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경우도 있지만 이는 동일 범죄 전력이 있는데도 반복 범행을 저지른 데 더해 피해 규모가 상당할 때였다. 서울남부지법은 2024년 같은 수법으로 130명의 대학생들로부터 도합 1천만원가량을 가로챈 20대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액 다건 사기는 범죄자 입장에서 보면 전략적인 선택이다. 한 사람에게 10만원을 뜯으면 문제가 되지만 10명에게 1만원씩 나눠 받으면 피해 금액이 작아 수사기관도 신경 쓰기 어렵다”며 “상습범이라면 가중처벌을 할 수 있지만 매번 검거되는 것도 아니어서 사법기관 차원의 판단에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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