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교류 속 통찰 담은 앤솔러지 에세이
■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분석해줘┃김도훈·민규동·반유화·안톤 허·오산하·이연·정기현·청예·한소범 지음. 창비 펴냄. 236쪽. 1만5천원
소설가와 시인, 영화감독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 9명이 AI(인공지능)와 교류하며 얻은 통찰을 담은 앤솔러지 에세이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분석해줘’가 출간됐다.
작가들은 AI와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며 길어 올린 각자의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의 대화에서 포착한 문학적 순간, 내밀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건네받은 위로, 인간과 기계의 차이와 협업 가능성 등 AI를 사용하는 현대인이 마주할 법한 상황에서 건져낸 사유가 펼쳐진다.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분석해줘’는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일상이 된 현시점을 한마디로 포착한 문장이다. 언제 어디서나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 AI는 더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이러한 풍경 앞에 선 사람의 마음에 주목한 책은 기술 너머 인간 고유의 내면을 응시하는 시선들을 담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돼 기술과 인간이 맞닿을 때 생겨나는 여러 질문에 대한 다채로운 답을 내놓고 있는 책은 결국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마주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명쾌한 분석과 가슴 찡한 위로를 오간다.
‘가상 대학’ 개념… 미디어 구조 변화와 의미 분석
■ 읽기의 위기┃크리스토프 엥게만 지음. 김인건 옮김. 헤이북스 펴냄. 216쪽. 1만7천원
현대사회에서 우리를 둘러싼 풍경을 바라보면 책이나 텍스트를 읽기보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무언가를 듣는 데 더욱 익숙해진 듯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구술 콘텐츠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AI는 쉬지 않고 읽고 있다. 독일의 미디어 학자 크리스토프 엥게만은 이런 오늘날의 모습을 정면으로 파고들어 분석한 결과를 ‘읽기의 위기’에 담았다.
엥게만은 이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풍경을 ‘가상 대학’이라 부른다. 누군가가 먼저 책과 텍스트를 꼼꼼히 읽고, 청중에게 그 내용을 요약하고 풀이해 들려준다. 청중은 듣지만 읽지는 않는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미디어 기술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현상임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결론은 비관적이지 않다. 엥게만의 분석은 변화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AI가 읽고, 유튜버가 대신 읽어주는 시대일수록 스스로 읽고 판단하는 능력은 사라지는 기술이 아니라 더욱 희소해지는 핵심 역량이 된다. 대규모 언어 모델에 좋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평가하는 능력도 결국 텍스트를 깊이 읽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스스로 읽어야 할까?’ 책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를 다시 책 앞으로 이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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