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위한 경로당, 정작 노인은 못 간다
2층 경로당 10곳 중 9곳 승강기 없어
예산 부담에 설치 지연… 정부·지자체 책임 공방
최근 찾은 군포시 금정동 금정경로당. 경로당 출입문 앞에는 지팡이와 성인용 보행기가 놓여 있었다. 평균 연령 80대 주민 40여명이 이용하는 이곳은 2층짜리 경로당이다. 1층은 남성 전용, 2층은 여성 전용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매일 아침 경로당을 찾는 주민들의 애를 먹이는 것은 계단이다. 2층 방에서 만난 이들은 “계단을 올라가는 데 한 나절이 걸린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참을 만한데, 넘어져 다칠까봐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모(91)씨는 “경로당 계단을 내려가다가 고꾸라져서 팔목이 부러진 적 있다”며 “걸어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휠체어를 타는 이들은 결국 경로당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건물 2~3층에 자리한 경로당 10곳 가운데 8곳에는 승강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을 위한 시설에 정작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가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노인 복지를 담당하는 부처와 지자체는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기도 내 2층 경로당 922곳 중 822곳에 승강기가 없었다. 3층 이상 경로당 역시 146곳 중 약 45%(66곳)가 승강기가 없는 건물에 자리하고 있었다.
승강기 설치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지역 내 수십곳에 달하는 경로당에 승강기를 일괄 설치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드는데, 시비로 감당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나 도 차원에서 지원할 경우 승강기 설치를 고려해 볼 법도 하지만, 시 자체 예산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5년 경로당이 운영 권한이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시설 보수나 편의시설 설치 등 관리 책임 역시 지자체로 옮겨 간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가 보조금이나 예산은 관련 법에 따라 집행해야 한다”며 “경로당 운영은 지방으로 이양됐기 때문에 국비 지원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예산 등을 이유로 노인 복지의 지역 거점 역할을 하는 경로당을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공동주택을 만들 때 경로당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적절치 않은 상황에서 설치된 곳들이 있다”며 “노인 인구가 1천만명에 육박하는 만큼 노인의 욕구와 생활 환경을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다. 경로당 환경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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