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전경. /경인일보DB
경기도청 전경. /경인일보DB

경기도가 야심차게 시작한 예술인기회소득 사업이 시행 4년차에 ‘반쪽정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당초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공공의 가치로 인정하고 최소한의 사회적 보상을 제도화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하지만 올해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존립 자체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예술인기회소득 사업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다. 창작을 이어가려는 지역 예술인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민선 8기 핵심 공약으로, 2023년 시범사업을 시작해 광역시·도 가운데 최초 사례로도 주목받았다. 도내 31개 시·군 중에서 용인, 고양, 성남시를 제외한 28개 시군이 참여하고 있다. 예술활동증명서를 보유한 중위소득 120% 이하 예술인에게 연간 150만원을 두 차례 분할 지급하는 방식은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예술 활동 역시 사회가 함께 유지해야 할 공공 가치로 제도화했다는 상징성이 있다. 그러나 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올해 사업 예산을 지난해 112억원에서 53%인 59억원가량을 삭감·책정하면서 지역 예술인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도와 5대 5로 사업비를 분담하는 시·군도 고민이 깊어졌다. 지난해 이 사업에 투입된 도·시군비 총예산은 160억9천600만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65% 수준인 105억8천400만원만 확보됐을 정도로 예산이 쪼그라들었다. 10억원을 투입했던 안산시와 화성시는 올해 6억원 수준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134명에게 2억5천여만원을 지급했던 여주시도 1억여원만 책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도와 각 시군은 시행공고를 내고 신청자 모집에 나섰다. 시·군들은 신청을 받으면서도 사업 축소 후폭풍에 속만 태우고 있다. 사업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작 곳간의 절반이 비어 있는 탓에 마냥 반길 수 없는 상황이다. 도는 ‘지원대상 선정 인원이 많을 경우, 지원금액이 조정될 수 있음’이라는 단서조항까지 명시했다. 정책 실패에 대비한 면피용 문구다.

예술인기회소득은 ‘예술에도 사회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정책은 선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충분한 재정 추계 없이 추진된 정책은 한계에 부딪힌다. 예술인 지원의 필요성을 두고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다. 경기도는 9월 추경 확보와 별개로 안정적인 예산 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정책 설계만이 예술의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