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지역일꾼 뽑는 지선 아냐

어떤 정치 문화 선택, 결정 순간

자극·분노, 절제·책임으로 갈지

큰 목소리 아닌 깊고 냉정한 판단

김영호 성공회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김영호 성공회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6월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수(數) 대결이 가열되고 있다. 소위 영남권 벨트에서 여당의 공격과 야당의 수성이 이번 선거의 백미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정책과 비전보다 상대를 공격하는 강한 말,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선명한 구호가 선거판을 뒤덮는다.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이 민주주의의 건강한 경쟁인지, 자극을 앞세운 정치적 연출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는 본래 지역의 미래와 주민의 삶을 놓고 경쟁하는 장이다. 그러나 현실의 선거전은 때로 정책의 경쟁보다 감정의 충돌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가, 누가 더 강한 표현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가가 정치적 선명성처럼 소비된다. 그것은 때로 지지층을 향한 과시적 충성이 되고, 언론은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 그리고 정작 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는 뒤로 밀려난다. 정치의 본질보다 장면의 효과가 앞서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극적 정치가 단순히 선거 기간에 일시적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번 선거 이전에도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에서 보여준 국회의원들의 고성과 거친 언어는 사회의 언어를 만들고, 공적 공간의 감수성을 형성한다. 정치권에서 거친 언어와 감정의 과잉이 반복되면, 사회 역시 그것을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압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왜곡된 메시지가 퍼지고, 논리보다 감정, 숙고보다 즉각적 반응이 앞서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Gustave Le Bon은 군중이 이성보다 감정과 자극에 쉽게 움직인다고 보았다. 복잡한 논증보다 단순하고 강렬한 장면이 더 큰 힘을 갖는다는 점에서, 오늘의 선거가 자극적 언어와 극단적 장면이 반복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대중의 반응 구조를 계산한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정치의 언어가 국민의 일상으로 스며든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점차 거친 말투와 즉각적 감정 표출에 익숙해지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기보다 먼저 소리를 높이며 반응하는 방식에 길든다. 사회의 감수성은 둔감해지고, 타인의 입장을 섬세하게 이해하려는 능력은 약화한다. 언어의 거칠어짐은 곧 관계의 거칠어짐으로 이어지고, 이는 공동체의 신뢰를 서서히 잠식한다.

이런 구조는 우리의 일상적 감각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강한 단맛과 짠맛은 즉각적인 쾌감을 주지만, 반복될수록 미묘한 맛을 느끼는 감각을 둔화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자극이 강할수록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강한 말, 자극적인 장면, 분노를 부추기는 언어는 순간적 쾌감을 줄 수 있지만, 반복될수록 사회는 절제된 대화와 깊은 논증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결국, 정치적 자극의 과잉은 사회적 피로와 공동체의 신뢰 붕괴라는 대가를 남긴다.

그렇기에 이 대목에서 유권자는 냉정해야 한다. 선거는 감정의 축제가 아니라 판단의 순간이다. 목소리의 크기보다 갈등을 조정할 능력, 공격의 강도보다 지역 문제를 책임 있게 풀어갈 역량을 살펴야 한다.

정치는 본래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긴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자극을 확대 재생산하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정치는 갈등을 해결하는 힘이 아니라 갈등을 소비하는 장치로 전락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논증의 깊이이며, 감정의 강도가 아니라 책임의 무게다.

곧 있을 6월3일 지방선거는 단순히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정치 문화를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이다. 자극과 분노의 정치에 끌려갈 것인지, 절제와 책임의 정치로 돌아갈 것인지는 결국 유권자의 냉정한 판단에 달려 있다.

선거는 한 번의 투표로 끝나지만, 그때 선택한 정치의 언어는 오래 남는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깊고 냉정한 판단이다.

/김영호 성공회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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