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제 러브콜 마다하고 지킨

‘디아스포라영화제 한국 첫 상영’ 약속

실제 어머니·동포들 출연한 졸업작 ‘정동’

“빠른 전개 속 이주민의 아픔 공감 수상 비결”

연극연출 전공한 다롄 출신 동포 감독

차기작 ‘북한 국적’ 외할머니 모티브 장편 구상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관객상 받은 안혜림 감독은 “가장 처음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하고 연락을 준 곳이 디아스포라영화제”라고 말했다. 2026.5.26/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관객상 받은 안혜림 감독은 “가장 처음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하고 연락을 준 곳이 디아스포라영화제”라고 말했다. 2026.5.26/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지난 26일 막을 내린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안혜림 감독은 “조선인이 세운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에서 영화 ‘정동’의 한국에서 첫 상영을 이뤄낸 것이 너무 뜻깊었다”며 “게다가 그 공간에서 관객이 직접 뽑아준 상까지 받게 되어 너무나 감격스럽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정동’은 지난 4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4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받으며 러시아에서 먼저 공개됐다. 수상 이후 다른 영화제에서도 러브콜을 보내오며 국내에서 공개될 기회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의 국내 첫 상영을 고집했다. 왜냐하면 정동을 상영작으로 선정하고 가장 먼저 연락을 준 곳이 바로 디아스포라영화제이기 때문이었다.

“가장 처음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하고 연락을 준 곳이 디아스포라영화제였어요. 제게는 너무나 고마운 영화제입니다. 이혁상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약속을 했어요. 한국에서의 첫 상영은 디아스포라영화제이고 싶다고요.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죠”

그렇기에 인천에서 열리는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안 감독에게는 ‘기름진 땅’ 같은 곳이다.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상영작인 안혜림 감독의 단편 ‘정동’ 스틸컷/디아스포라영화제 제공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상영작인 안혜림 감독의 단편 ‘정동’ 스틸컷/디아스포라영화제 제공

안 감독은 중국 다롄 출생으로 중국 랴오닝대에서 연극연출을 전공한 동포다. 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했는데, 3학년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단국대에서 영화를 배운 것을 계기로 영화로 진로를 변경했다. 이후 다시 고국으로 건너와 중앙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이번 수상작 ‘정동’은 그의 대학원 졸업 작품이다.

작품은 중국에서 홀로 자라 한국에 온 조선족 여성 청년 박림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국 사회의 조선족 편견속에서 상처받는 박림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박림의 어머니 역할은 안 감독의 실제 어머니가 맡았으며 조선족 동포들이 배우로 출연했다.

안 감독은 관객상 수상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공감’과 ‘속도감’을 꼽았다. 안 감독은 “영화가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흘러가도록, 작품에서 관객이 주인공의 감정에 깊이 이입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는데 좋게 봐준 것 같다”며 “영화 후반부 주인공이 엄마와 갈등을 빚는 장면에서 많은 관객분이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고 했다.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관객상 받은 안혜림 감독. 2026.5.26/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관객상 받은 안혜림 감독. 2026.5.26/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안 감독은 벌써 다음 작품을 위한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다. 차기 작품은 외할머니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안 감독은 “빨리 새 작품으로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인사드리고 싶다”고 했다.

안 감독은 디아스포라영화제의 가치로 공공성과 다양성을 꼽으며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고 했다.

“퀴어, 이주민, 그리고 일상의 고독까지 모든 것을 포용하고, 영화인에게는 용기와 열린 기회를 주는 디아스포라영화제입니다. 아름다운 영화제가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랍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