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은 예나 지금이나 꿈의 무기다. 은밀한 공격력과 억제력이라는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북한은 2010년 천안함 격침으로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를 실증했다. 지금이야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격침으로 확정된 사건이지만 당시는 아니었다. 인양된 천안함과 북한 어뢰파편이라는 명백한 증거에도 북한의 도발을 부인하는 언론과 단체들의 주장이 극렬했다. 북한 소행을 부인한 진영의 수많은 시비들의 근원은, 한마디로 ‘봤느냐’였다. 1·2차 연평해전처럼 적과 대면한 교전이었다면 나올 수 없는 시비였다. 46명의 장병과 함정을 잃고, 한주호 준위와 민간인 9명이 목숨을 바쳤는데, 국민은 쪼개졌다. 북한 연어급 잠수정 1척이 일으킨 사변이었다.
잠수함이 본격적으로 활약한 현대전은 2차 세계대전이다. 독일 잠수함 U보트는 개전 초기 연합국 함대와 상선에게 죽음의 사신이었다. 하지만 곧 약점이 드러났다. 잠수함의 은밀성이 제한적이었다. 수중에서 배터리로 움직이는 잠수함은 디젤 발전을 위해 수시로 부상했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잠항 속도는 수상 함정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 수많은 U보트들이 구축함의 먹이가 된 이유다. 리튬배터리를 장착하고 산소공급 기술을 개량한 현대의 재래식 잠수함도 U보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은밀성이란 전략적 가치를 완벽하게 구현한 궁극의 전략무기가 원자력 잠수함이다. 소형 원자로를 탑재한 원잠은 무제한 잠항이 가능하다. 여기에 절대무기 핵미사일을 장착하면 무적이 된다. 핵무기 보유 국가들만 소유한 무적의 전략자산이다.
국방부가 26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원자력 잠수함 개발 사업 계획을 보고했다.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해 2030년 중반에 1번함 진수를 시작으로 2030년대 후반에 전력화를 완료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원자력 잠수함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우리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말대로 원잠은 핵무기 보유국 북한에 대응할 우리의 최대 전략자산이다. 원잠의 완벽한 은밀성과 탄도미사일 투발 능력 때문이다.
지난해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한국 원잠 건조에 동의해서 수립한 원잠 보유 계획이다. 다만 건조 장소와 주체는 빠진 합의였다. 트럼프의 변덕이 걱정이다. 트럼프가 한국의 독자적 원잠 보유 계획에 최종적으로 동의하면 이재명 정부의 큰 업적이 될 것이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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