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임시 경사로 설치’ 그쳐
“선거 계기로 접근성 개선” 제언
“선거 때마다 지적했지만 투표 현장에서는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내가 찍어서 내가 투표함에 직접 넣는 것, 그 당연한 일이 아직도 안 되는 곳이 많습니다.”
6·3 지방선거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장애인 유권자의 투표소 접근성 등을 점검하는 인권영향평가를 시행한 지자체는 2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평가를 진행한 곳도 선거 당일 투표소에 임시 경사로를 설치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아 참정권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내 투표소 접근성 인권영향평가를 시행한 기초지자체는 수원, 광명 등 2곳에 머물렀다.
지자체 투표소 인권영향평가는 장애인 단체 관계자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직접 투표소를 찾아 접근로·승강기·화장실 등을 종합 점검하고 개선을 권고하는 활동이다. 수십 년째 반복되는 장애인 투표소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고자 일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해당 평가는 법적 의무가 아닌 데다 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도 여의치 않아 대다수 지자체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고, 권고를 받더라도 임시 경사로 설치 수준의 조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본보가 수원시 관내 투표소 인권영향평가 현장(4월27일자 1면 보도 등)을 동행한 결과, 휠체어 이용자가 단독으로 진입할 수 없는 투표소가 다수 확인됐다. 현장 점검을 통해 이런 문제가 곧바로 드러나는 만큼 평가 자체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구도심의 경우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없던 시기 지어진 노후 건물이 많고 민간 시설은 투표소 공간 확보 자체가 빠듯해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왔다.
이에 이날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를 비롯한 도내 시민사회는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참정권 사각지대 개선을 위한 공적 투표보조인력 확대 운영과 모든 투표소의 접근성 전면 점검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촉구했다.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선거 현장은 장애인 유권자들에게 높고 견고한 장벽으로 남아 있다. 선거권은 단지 법률에 적혀 있다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투표소에 안전하게 접근하고 불편과 차별 없이 투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보장되는 권리”라며 “정부는 매 선거마다 반복되는 물리적 장벽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투표소 선정 단계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해야 하고 이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인권영향평가는 그런 점에서 필요한 활동”이라며 “학교·주민센터·체육시설은 평소에도 주민들이 드나드는 공공성을 지닌 공간인 만큼 선거를 계기 삼아 배리어프리 인증을 받도록 개선하면 장애인 참정권과 일상적 접근권을 함께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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