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Ebola) 바이러스는 50년 전인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에볼라강에서 처음 발견됐다. 면역계를 교란하며 다발성 장기 부전과 전신성 내출혈을 유발한다.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 접촉을 통해 사람 간 전파된다. 한때 치사율이 90%에 달해 ‘죽음의 바이러스’로 불렸다. 에볼라 바이러스에는 다섯 개의 종이 있다. 가장 치명적인 자이르(Zaire)형은 2014년 서아프리카 대유행 때 1만1천300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그런데 이번 유행을 일으키는 종은 자이르형이 아닌 분디부교(Bundibugyo)형이다. 현재 에볼라 백신은 자이르형에만 효력이 있다. 백신이 통하지 않는 바이러스가 돌아온 셈이니, 경계심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민주콩고는 르완다 지원을 받는 M23과 이슬람국가(IS) 연계 민주동맹군(ADF) 등 100여 개 무장세력이 난립하며 30년 넘게 분쟁에 시달리는 땅이다. 바이러스가 확산 중인 이투리주에는 피란민이 100만 명에 달한다.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치열해 의료진 접근과 방역 지원 모두 한계에 부딪혔다. 감염 의심자 격리, 접촉자 추적, 방역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최악의 상황이다. 중앙정부의 통제력 공백 속에 현지 주민들은 격리 치료마저 불신한다. ‘에볼라는 백인이 꾸며낸 허구의 병’이라는 음모론까지 돌고 있단다. 시신 매장 절차에 반발한 주민들은 치료센터 두 곳을 불태우기까지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를 보면 24일 기준 민주콩고에서 의심 환자는 906명, 누적 의심 사망자는 223명이다. 검사 시설과 장비 부족을 감안하면 실제 감염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바이러스는 국경선 앞에 멈추지 않는다. 이웃 우간다에서 사망자 1명을 포함해 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간다는 항공 운항 중단과 접경 전면 폐쇄에 나섰다.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 남유럽 이탈리아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지구 반대편의 일처럼 여길 수 없는 이유다.

가혹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했지만, 인류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감염병은 빈곤과 전쟁, 불신이 겹친 곳에서 더욱 맹렬해진다. 분디부교형 백신은 당장 개발에 들어가도 최소 6~7개월이 걸린다. 의학의 힘만으로 끝낼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한 나라의 방역 실패는 전 세계의 위기가 되는 시대다. 국제사회의 연대, 과학에 대한 신뢰, 공평한 의료 접근권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