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대비 목적 수문 닫아놔 수질 악화
정화장치 도입 ‘차선택’ 지적
전문가 “기계 근처만 순환 물 흐르게
하는 게 가장 저렴한 예방법”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경기도 내 저수지에도 어김없이 녹조가 번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매년 저수지에 조류제거제를 살포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미봉책에서 벗어나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수문을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인시는 최근 기흥저수지 가장자리에 녹조가 생길 조짐이 보이자 조류제거제 1천㎏을 살포했다. 올해는 녹조가 저수지를 뒤덮기 전 미리 약품을 살포해 발생 규모를 줄인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시 관계자는 “이달 셋째 주부터 저수지 가장자리에 녹조가 생길 조짐이 보였다”며 “녹조가 저수지 전역으로 퍼지기 전 약품을 살포하면 발생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미리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기흥저수지를 비롯해 고삼저수지(안성), 왕송저수지(의왕) 등 도내 대표 저수지들을 관리하는 각 지자체들은 매년 약품을 살포하는 식으로 녹조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환경운동연합은 “녹조제거제 살포는 미봉책에 불과한 데다 수질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며 “물이 고이지 않고 흘러야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화학 물질로 된 조류제거제를 사용하면 조류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도 죽어나갈 우려가 있다. 녹조를 물 아래로 가라앉히는 약품도 있지만, 바닥에서 부패할 경우 환경에 나쁜 것은 마찬가지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듯,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은 녹조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꼽힌다. 녹조는 질소나 인 같은 영양염류, 높은 수온, 물이 고인 곳 등 세 가지 조건을 갖춘 환경에서 생긴다. 이 중 물을 흐르게 해 조류가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게 가장 쉽다는 것이다.
매년 녹조로 몸살을 앓는 저수지들은 농업이 활발하던 시기 지역 논밭에 필요한 물을 대는 수원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용인 기흥저수지(1964년), 안성 고삼저수지(1963년), 평택호(1973년) 등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 저수지들이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농지 면적은 점차 줄어들었고, 이제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여가시설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농업용 저수지들이 본래 용도를 잃어가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수문을 선뜻 열지 않고 있다. 저수지들은 여름철 홍수에 대비하는 물그릇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기흥저수지는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한강 홍수 통제소의 지시에 따라 일정 저수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저수지 안에서라도 물이 순환하도록 하는 인공 장치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기흥저수지는 이달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에 걸쳐 저수지에 수질정화장치 3대를 설치한 뒤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 장치는 물 위에 떠서 저수지 아래로 공기를 투입해 물을 순환하는 역할을 한다. 수원 광교저수지 역시 2022년 같은 장치를 설치, 2024년까지 설치 대수를 늘려 현재 총 3대를 운영하고 있다. 광교저수지를 관리하는 수원시 관계자는 “기존에는 1년에 한번씩 조류제거제를 살포했는데, 2024년 수질정화장치를 3대로 늘린 뒤부터 조류제거제를 뿌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흥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평택지사는 앞으로 1년 간 데이터를 수집해 녹조 개선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차선책에 불과할 뿐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박재현 인제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넓은 저수지에 조그만 인공장치를 띄우는 것은 ‘코끼리에게 비스켓 주기’에 불과한 수준으로 장치 근처 물만 순환하는 수준일 것”이라며 “근처에 댐이 있고 저수율 유지가 중요한 대형 저수지의 경우 수문을 개방하기 쉽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저수지의 수문을 열기 어렵다는 것은 설득력이 높지 않다. 수문을 열어 저수지의 물이 흐르게 하는 게 가장 저렴한 녹조 예방법”이라고 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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