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정 설계 ‘고유 권한’ 불구
‘공동체의 민주적 협의 통해 반영’
교사 “강제하는데 사용될 것 우려”
“대상 확대한 것… 다른 결과 인지”
안전사고 책임 부담과 악성 민원을 이유로 현장 체험 학습을 가지 않는 학교가 속출하는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현장 체험 학습 운영과 관련해 만든 매뉴얼을 두고 교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매뉴얼에 ‘현장 체험 학습 운영 시 학생, 학부모 등의 협의를 통하라’는 내용이 있는데, 교육과정에 속하는 현장 체험 학습의 운영 여부를 교사가 결정할 권한을 침범한다는 게 이유다.
28일 경기도교육청(이하 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초 현장 체험 학습 운영 시 학교와 교사가 지켜야 할 안전수칙, 계약 방법, 관련 법규 등을 안내하는 ‘2026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을 배포했다. 문제가 된 것은 ‘현장 체험 학습은 교육공동체의 민주적인 협의를 통해 교육 계획이나 교육 과정에 반영한다’는 문구다.
교육계획이나 교육과정을 정하는 것은 교사와 학교의 고유한 권한인데, 현장 체험 학습 운영 여부를 결정하는 데 교육공동체(학교·학생·학부모·교사)의 협의 결과를 반영하라는 것은 교육 권한을 침범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은 교사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한 문구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가 벌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현장 체험 학습 매뉴얼이 개정될 때부터 해당 문구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현장 체험 학습이 위축되는 상황이 사회적 문제가 된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지적하고 나서면서, 이 문구를 근거로 현장 체험 학습 실시 여부를 학부모와 상의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시흥시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35)씨는 “지금도 학교운영위원회에서는 현장 체험 학습 장소, 방식, 식사, 일정까지 간섭하는 학부모 민원이 빗발치는데, 교사들은 해당 문구를 이유로 이 같은 민원을 반영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며 “현장 체험 학습은 교육에 필요하다고 교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편성하는 교육과정의 일부인데, 앞으로 동료들 사이에서 이 문구가 현장 체험 학습을 강제하는데 사용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기존 매뉴얼에는 ‘숙박형 현장 체험 학습을 가기 전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한다’고만 적혀 있었다. 이에 교사 의견을 존중하기 위해 교육공동체라는 표현을 사용해 대상을 확대한 것”이라면서 “현장에서 문구의 취지와 다른 결과가 벌어졌다는 것을 인지했으며, 향후 교육부의 관련 지침을 토대로 매뉴얼 개정 등 내년도 현장체험학습 운영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현장 체험 학습을 비롯해 교육 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교사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교사가 안전사고 관리 지침을 현저하게 위반하거나 중과실을 범한 게 아닐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학교안전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