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요구 공문에 ‘무응답 원청’… 상견례는 시의료원 한곳뿐

 

28곳중 인천공항공사등 5곳만 공고

민주노총, 최대한 자율적 협의 할것

“임금 外 안전의제 한정 취지 훼손”

28일 오전 11시께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에서 금속노조 인천지부·대전충북지부·한국지엠지부가 한국지엠에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건네고 있다. 2026.5.28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28일 오전 11시께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에서 금속노조 인천지부·대전충북지부·한국지엠지부가 한국지엠에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건네고 있다. 2026.5.28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인천에서는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 원청 대부분이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경인일보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인천지역 사업장 중 원청 교섭 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된 사업장은 모두 50곳이다. 이 가운데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올해 3월10일 이후 28개 사업장이 하청 노동자들이 속한 노동조합으로부터 교섭 요구 공문을 받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사용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 내에 사업장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이어 교섭 대표노조를 정하거나 공동교섭 여부 등을 확정한 뒤 본격적인 교섭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교섭 요구 공문을 받은 인천지역 사업장 28곳 중 이를 공고한 곳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대주중공업, 인천컨테이너터미널주식회사(ICT), 인천시의료원, 연수구청 등 5곳뿐이다

원청이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이후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 원청은 교섭 요구 사실 공고 등 관련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이날 기준 실제 교섭 절차를 시작해 노사 상견례까지 진행한 곳은 인천시의료원이 유일하다.

박선유 민주노총 인천본부 정책국장은 “인천에서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교섭 요구를 받은 사례가 많은데 대부분 응답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할 수도 있지만, 노사 간 자율교섭이 최대한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인천지역 대기업 중 하나인 한국지엠의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의 교섭 거부를 규탄한다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금속노조 인천지부·대전충북지부·한국지엠지부는 이날 오전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지엠은 하청 노동자들과 즉각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국지엠에 단체교섭을 요구 중인 이들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모인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더원테크·엘림비엠에스·비원테크)와 한국지엠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속한 부평공단지회(디지에프오토모티브), 지엠부품물류지회(경륜로지스틱) 등이다. 한국지엠은 지난 3월10일부터 4차례에 걸쳐 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받았으나,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향후 교섭이 이뤄지지 않을 시 인천지방노동위에 시정 신청을 할 방침이다.

이지현 부평공단지회장은 “하청업체의 노동조건, 고용과 해고 등은 원청인 한국지엠의 승인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한국지엠은 실질적 사용자가 분명한데도 사장이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광호 민주노총 인천본부장은 “대부분의 원청은 교섭을 거부하거나, 교섭에 응하더라도 임금이나 복리후생이 아닌 안전 의제에만 한정해 교섭을 하겠다며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원청이 하청 노조와 교섭을 시작하게 되면, 이후 교섭 의제 범위가 계속 확대돼 기업의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사용자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기준도 불명확하다”고 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